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부동산 경기가 침체에 빠져 있지만 상위 10대 그룹이 보유한 토지(건물이 있는 땅 포함)의 공시지가 총액은 사상 처음으로 60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10대 그룹이 보유한 토지의 공시지가는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2008년 이후 3년여 만에 최대 50% 이상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6일 국토해양부와 재벌닷컴에 따르면 총수가 있는 자산순위 10대 그룹 소속 581개 계열사가 보유한 토지의 공시지가 총액은 올해 초 기준 60조9638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2010년 58조5238억원보다 4.2% 늘어난 것으로, 1년 사이 2조4400억원이 증가한 것이다. 공시지가가 시세의 80% 안팎인 점을 감안하면 10대 그룹의 실제 토지자산 가치는 75조원을 넘어선다. 다만 이번 조사가 각 기업의 감사보고서에 나타난 보유 토지의 공시지가 금액만을 기준으로 한 것이어서, 공시지가 총액 상승이 시세 상승으로 인한 것인지 토지의 추가 구매로 인한 것인지는 명확하지 않다. 부동산정보업체인 부동산114 김규정 본부장은 "10대 그룹 소유 토지의 공시지가 상승률은 전국 평균(2.57%)보다 크게 높다"고 말했다.

10대 그룹이 보유한 부동산 가격이 전체 부동산 가격 상승률의 2배에 가까운 것은 양극화가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현상을 반영한다는 지적도 있다. 서민 가계는 부동산 침체로 고통을 받고 있지만 10대 그룹은 정부의 기업 부동산 규제완화와 대규모 부동산 개발의 과실을 톡톡히 누리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주요 그룹이 소유한 토지의 공시지가는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2008년 이후 큰 폭으로 뛰었다. 삼성·현대차·롯데 등 10대 그룹이 소유한 서울시내 주요 토지의 올해 공시지가는 2007년에 비해 최대 50% 이상 급등했다.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부지(1만3100㎡)는 건물이 착공되기 전인 2007년 ㎡당 1580만원에서 현재 2420만원으로 53% 올랐다. 땅값 총액만 4년간 1100억원이 늘었다.

롯데그룹이 최근 착공한 서울 잠실의 '롯데수퍼타워(제2롯데월드)'도 현 정부 들어 인·허가를 받으면서 공시지가가 치솟았다. 2007년 ㎡당 1970만원에서 현재는 2850만원으로 45% 상승했다. 땅값만 무려 7723억원이 오른 셈이다. 현대차그룹이 서울 성수동에 110층 랜드마크 빌딩을 짓기 위해 보유 중인 삼표레미콘 부지도 지난 4년 동안 공시가격이 22%나 올랐다.

보유 토지 가격 기준으로는 롯데그룹이 13조8724억원으로 1위에 올랐다. 롯데는 전체 자산에서 토지가 차지하는 비중도 10대 그룹 중 가장 높은 17.9%로 나타났다. 작년 1위였던 삼성그룹은 13조4583억원을 기록해 2위에 올랐다. 현대·기아차그룹은 현대건설 인수 등에 힘입어 공시지가 총액이 작년보다 6.6% 증가한 8조913억원을 기록했고, 현대중공업그룹도 현대오일뱅크 등을 인수하면서 공시지가 총액이 6.7% 늘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