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를 석권한 한국 기업 중에서 일본을 석권한 기업이 없다는 게 말이 됩니까."

장석재(40) 주빌리랩 사장은 3년 전 이런 각오로 일본에서 금융정보 전문 사이트 카에타(www.kaeta.jp)를 열었다. 현재 이 사이트 회원은 40만명을 넘었다. 일본 온라인 증권투자 인구 500만명의 10%에 육박하는 숫자다.

장석재 주빌리랩 사장.

장 사장은 "요즘도 하루에 2만명씩 회원이 늘고 있고 이 분야의 선두기업인 SBI증권, 히마와리증권, 증권재팬 등 10여개사와 제휴를 맺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2월에는 아이폰용 응용프로그램(앱)을 공개해 증권부문 1위를 달리고 있다. 대기업들도 두 손 든다는 일본시장에서 빠른 속도로 성장한 비결은 뭘까.

"인생이란 불가능한 것에 도전해야 의미 있는 것 아닙니까."

장 사장은 고교를 졸업한 후 미국으로 건너가 공업디자인을 전공했다. 졸업 후 그는 미국 뉴욕에서 '피디아(PHYDIA)'라는 회사를 창업했다. 건축, 인테리어, 광고, 문화공연 등 다방면에 걸쳐 멀티미디어 작업을 기획하고 진행하는 벤처기업이었다. 한국에서도 사업을 하던 그는 시장이 훨씬 큰 일본에 주목했다.

외국인들에게 벽이 높기로 악명 높은 일본 시장에서 교포가 아닌 일본인을 상대로 사업을 하는 것은 무모한 도전이라고 주변에서 만류하는 사람이 많았다. 장 사장도 당시에는 일본어를 한마디도 하지 못하는 상태였다. 그는 "가장 폐쇄적인 일본시장을 뚫으면 세계 어디서도 성공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장 사장이 선택한 전략은 제휴를 통한 확대였다. 그는 온라인에서 발생한 이익을 공유하는 사업모델을 제시해 증권사들과 제휴를 트는 데 성공했다. 또 일본 최대의 게임업체 '모바게타운'을 통해 '주식 억만장자' '주식 고양이' 등의 게임을 제공하면서 회원이 급증했다. 경제 전문 출판사 다이아몬드와도 공동사업을 벌인다. 올 10월에는 한국·중국·미국에서도 서비스를 개시할 예정이다.

"일본은 모든 일이 한국보다 시간이 2배쯤 더 걸립니다. 한국식 시간관념으로 사업을 하려면 두발 두손 다 들 수밖에 없어요. 일본시장에 진출하려면 적어도 3~4년을 두고 공을 들여야 하는데, 한국기업들은 1~2년 내에 승부를 보려고 하다 보니 실패한 것 같습니다."

일본 기업 한곳과 제휴를 맺는데 거의 2년이 걸렸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고 설득하고 또 설득했다. 일본어가 장벽이 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그는 "영어로 대화를 하면 오히려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게 협상을 하게 돼 오히려 유리할 수도 있다"면서 "일본도 글로벌화되면서 영어를 쓰는 사람들이 많아져 언어는 별문제가 되지 않았다"고 답했다.

그는 사업을 시작한 지 6개월 만에 가족을 모두 일본으로 데리고 왔다.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에도 도쿄를 떠나지 않았다. 장 사장은 "일본에서 사업을 하려면 신뢰를 얻는 게 중요하다"면서 "여기에 가족이 없으면 '금방 떠날 사람'이라는 인식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