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7일 김석동 위원장은 국회 정무위에 참석해 “하반기에 저축은행에 대한 추가 영업정지가 나오지 않겠느냐”는 의원들의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업계에선 하반기 저축은행 구조조정의 신호탄이 올랐다는 반응이 나왔다.

금융당국의 저축은행 구조조정 해법은 “정리할 것은 정리하고 살릴 것은 살린다”로 요약된다. 저축은행이 과연 하반기에 금융당국의 해법대로 옥석가리기와 생존이 동시에 이뤄질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하반기 구조조정 속도 낸다

금융당국은 저축은행의 뱅크런(대량 예금 인출사태)을 우려해 구조조정이 공론화되는 것을 우려하고 있지만 이미 구조조정을 위한 준비작업을 일찌감치 마친 상태다.

금융당국이 저축은행 부실 사태의 가장 큰 원인으로 꼽는 부적격 대주주에 대한 심사는 다음 달 말부터 진행된다. 금융당국은 부산저축은행 사태에서 나타났듯 대주주와 그 일가의 도덕적 해이가 인내의 범위를 넘어섰다고 판단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27일 정무위 답변에서 “하반기부터 적격성 심사를 주기적으로 엄격하게 해 부적격 대주주를 과감히 퇴출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계열 관계 저축은행 22개사, 총자산 2조원 이상 1개사, 총자산 3000억원 이상 38개사에 대한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6월말에 시행한다. 심사 결과 재무건전성 등 적격요건을 충족하지 못할 경우 6개월 내 적격 요건을 충족하도록 명령을 내린다. 6개월 내에도 충족하지 못할 경우 10% 초과 주식을 처분토록 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이행강제금을 부과하게 된다.

예금보험공사와 금융감독원은 올해 정기 공동검사를 24회에 걸쳐서 시행한다고 밝힌 바 있다. 연초에 예보가 선정하고 금감원이 일정을 잡은 정기 공동검사이지만 저축은행에 대한 부실검사 논란이 있는 상황에서 실시하는 검사인만큼 과거와는 강도가 다를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금융당국은 또 하반기에 10여개 저축은행에 대한 검사를 예정해 놓은 상태다.

금융당국은 이외에도 저축은행 부실의 직접적인 원인인 부동산 PF대출과 관련해 89개 저축은행 468개 PF 사업장에 대한 전수조사를 실시한다. 금융당국은 1월부터 시행 중인 금감원의 상시감사시스템을 이용하고 현장조사를 병행해 이번 조사를 엄격하게 진행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전수조사 후 자산관리공사(캠코)가 저축은행의 부실 PF를 매입하는 시점이 6월이기 때문에 저축은행 구조조정이 7월에 본격화될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금융당국이 지난해 7월 캠코에 부실채권을 넘긴 저축은행과 경영개선협약을 맺었고, 협약을 이행하지 못한 저축은행들에게 추가로 시한을 6개월 연장해 다음달말 마감이 돌아오는 것도 하반기 구조조정을 예상케 하는 대목이다. 당시 61개사가 협약을 맺었는데 이중 43개사는 조기졸업요건(2분기 연속 BIS(국제결제은행) 기준 자기자본비율이 8% 이상)에 해당했으나 나머지는 이를 충족하지 못해 협약을 연장했다.

저축은행의 회계연도가 6월말이기 때문에 이들에 대한 영업실적이 공시되는 8월에 저축은행에 대한 금융당국의 결정이 이뤄질 것이란 시각도 있다.

◆ 저축은행 '살길' 만드는 먹거리 대책은

저축은행에 칼날만 대는 것이 아니다. 금융당국은 살아남은 저축은행들에 대해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다양한 대책을 내놓을 예정이다.

우선 금융당국은 솔로몬ㆍ한국ㆍ진흥ㆍ제일ㆍ신민ㆍ서울ㆍ푸른 등 상장한 7개 저축은행에 대한 국제회계기준(IFRS) 적용을 5년간 유예키로 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24일 "저축은행의 IRS 적용일을 2016년 7월 1일로 바꾸는 내용을 담은 '주식회사의 외부 감사에 대한법률(외감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 예고하겠다"고 밝혔다.

사실 상장 저축은행은 오는 7월 1일부터 다른 상장사들처럼 IFRS를 도입해야 했다. 그러나 IFRS기준을 적용하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채권 관련 충당금 등 적립해야 하는 대손충당금이 한꺼번에 늘어나 장부상 부실이 커질 수 있었다. 따라서 저축은행 업계에서는 IFRS 유예를 검토해달라는 목소리가 컸었고, 실제로 몇몇 저축은행의 경우 IFRS가 도입될 경우를 대비해 상장폐지를 검토하기도 했었다.

또한 금융당국은 저축은행 경영을 돕기 위해 대부업체가 보유한 고객 신용정보를 저축은행과 공유토록 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지금까지 저축은행은 카드사와 대부업체와의 신용대출 경쟁에 밀리면서 본연의 신용대출 영역에서 벗어나 부동산 PF대출에 집중해왔다. 그러나 부동산 시장이 악화하면서 PF 대출부실도 심각해지고 PF 대출 같은 먹을거리가 사라지자 이를 도와주기로 한 것이다.

문제는 저축은행들이 그동안 신용대출에 대한 준비를 해오지 않았다는 점이다. 신용대출을 하기 위해서는 과거 비슷한 사례가 담긴 대량의 DB(데이터베이스)를 확보해야 하고 이를 분석할 수 있는 인력이 필요한데 이에 대한 투자가 이뤄지지 않았다. 따라서 금융당국은 대부업체가 가진 정보를 저축은행에 공유해주면서 소액신용대출 사업을 가능토록 할 예정이다.

현재 대부업체는 은행연합회를 통해 은행, 저축은행 등 제도권 금융기관의 고객 신용정보를 볼 수 있지만, 반대의 경우는 불가능했다. 저축은행 관계자들은 "저축은행의 경우 은행보다 저신용자가 이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대출하는 사람이 대부업체에서 얼마나 대출했는지를 알 수 없어서 정확한 대출 심사를 하기가 어렵다"고 토로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대형 저축은행은 신용 대출사업을 안 했고 중소형 저축은행은 할 능력이 안돼서 못한 측면이 있다"며 "신용대출 사업에서 수익성이 난다는 것이 카드사와 대부업체를 통해서 확인된 만큼 기반을 마련해주면 저축은행들도 신용대출 사업에 연착륙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금융당국은 저축은행들이 여신전문 출장소를 개설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할 예정이다. 여신전문출장소란 예금을 받지 않고 돈을 빌려주는 기능만 수행하는 점포를 뜻한다. 여신전문출장소가 생기면 서민들은 쉽게 금융기관에 접근할 수 있고 저축은행도 대출할 곳이 생겨서 새로운 수익원을 얻게 된다.

현재 저축은행은 여신전문출장소를 개설할 수는 있지만, 자격기준이 워낙 까다로워 실제로 개설할 수 있는 저축은행이 거의 없었다. 여신전문출장소를 개설하기 위해서는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이 8% 이상, 고정이하여신(3개월 이상 연체된 대출) 비율이 8% 미만이어야 한다. 게다가 지점별로도 법정 최저자본금을 증자하거나 이에 상응하는 자기자본을 보유해야 하며, 금융당국으로부터 제재를 받은 적도 없어야 한다. 금융당국은 이러한 기준을 일부 없애거나 대폭 완화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