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라리·람보르기니·포르쉐 등 수억원을 호가하는 수입 스포츠카 상당수가 개인이 아니라 법인 명의로 등록된 것으로 나타났다. 외관이 튀는 스포츠카를 업무용 차량이라고 보기는 힘들다. 결국 일부 기업 오너가 회사 돈으로 값비싼 스포츠카를 굴리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국토해양부가 26일 한나라당 안홍준 의원에게 제출한 '고급 외제차 보유 현황' 자료에 따르면 리스 회사를 제외한 일반 법인이 소유한 고급 외제 스포츠카는 모두 184대였다.
한국타이어는 시가 3억2000만원 상당의 페라리 F430 스파이더를, ㈜한화는 1억6000만원의 포르쉐 카이엔 터보를 법인 명의로 갖고 있다. 오리온그룹의 비자금 조성 의혹에 연루돼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서미갤러리도 포르쉐 카이엔 터보를, 학교법인 신광은 마세라티 콰트로포르테(2억4000만원)를 각각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들척추건강연구소(포르쉐928GTS), 아모레퍼시픽(포르쉐 카이엔터보), 대웅제약(포르쉐 박스터), 열린책들(포르쉐 박스터S), 구두약 회사인 말표산업(포르쉐 카이엔) 등도 스포츠카 보유법인 명단에 올랐다.
최고급 스포츠카 외에도 세단형 최고급 수입차도 법인 소유가 많았다. 대당 8억원에 달하는 최고급 럭셔리 세단 마이바흐의 국내 보유대수 6대 중 4대가 법인 차였다. 대기업 삼성·신세계·한화와 중소기업 서라벌 소유다. 벤츠 S600L(리무진) 이상급 118대도 법인 소유였다.
렉서스 460 이상급 보유 대수는 737대였다. 이 모델 보유 법인중에는 사회복지법인 경주어린이집도 포함돼 있었다.
회사측에서는 "고가의 외제 승용차는 기업 총수의 업무용이거나 바이어 접대용"이라고 밝히고 있다. 한국타이어는 "페라리에 들어가는 타이어 연구를 위해 보유 중"이라고 해명했다. 한화측은 "스포츠카인 포르쉐는 일반 바이어 접대용으로, 마이바흐는 김승연 회장의 업무용 차"라고 밝혔다. 외국 바이어들에게 스포츠카를 내주면 좋아하기 때문에 포르쉐를 구입했다는 해명이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이건희 회장이 타는 마이바흐는 개인 소유이며, 회사 명의의 마이바흐는 바이어 접대용으로 항상 서울 서초동 사옥 주차장에 대기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조사에서 최고급 외제 스포츠카를 소유한 법인 184곳 중 90% 이상은 일반인들이 잘 모르는 중소기업이었다. 대기업보다 바이어 접대 기회가 적은 중소기업에서 고가 스포츠카를 보유하는 것은 기업 오너들의 취향이 반영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만약 법인 명의로 된 고가의 승용차를 업무 용도가 아닌 개인 용도로 사용했다면 회사 돈으로 자동차 값뿐 아니라 보험료와 자동차세도 모두 법인이 부담하게 된다.
안홍준 의원은 "회사 돈으로 고가의 고급 승용차를 굴리는 것은 부자들의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가 심각한 수준임을 보여준다"며 "회사 돈을 자기 개인 돈처럼 사용하는 나쁜 관행을 뿌리 뽑아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