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리면 좋기는 한데…. 결국 외지 사람들만 좋은 일 시키는 거 아닌지 모르겠네요."

정부가 24일 서울시 면적(605㎢)의 3.5배에 달하는 땅을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풀기로 했다는 소식에 해당 지역 주민들은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대구 달성군 주민 김모(45)씨는 "그린벨트로 묶여 가격도 안 오르는데 이젠 땅이라도 팔 수 있게 됐으니 다행"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땅값 상승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대전 대덕구의 J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솔직히 과학비즈니스벨트 지정 이후에 외지인이 땅 사겠다고 몰려다니는 상황에서 (투기에) 기름을 부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명박 정부 들어 2년4개월 만에 토지거래허가구역이 87%나 풀리면서 이제 남은 허가구역은 전 국토의 3.4%에 불과하다. 외지인의 땅 투기를 막고 땅값 안정에 기여했던 토지거래허가구역 제도가 사실상 유명무실해진 것이다.

1979년 처음 도입된 토지거래허가구역 규제는 한마디로 땅 투기 방지가 목적이다. 허가구역으로 묶이면 실수요자가 아니면 일정 규모 이상 땅을 살 수 없고 땅을 살 때도 시·군·구청장에게 실수요자임을 입증해 허가를 받아야 한다. 땅을 산 이후에도 당초 목적대로 2~5년간 의무적으로 이용해야 한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허가구역의 전면 해제가 당장은 아니라도 토지 시장에 큰 불안 요인이 될 것으로 우려한다.

이명박 정부는 출범 이후부터 지속적으로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를 추진했다. 침체된 지역 경제를 살리고 주민 불편을 해소하겠다는 명분이었다. 출범 당시 1만7275㎢(전 국토의 19%)이던 토지거래허가구역을 2009년 1월 말 처음으로 해제했다. 당시 허가구역 전체의 59%인 1만238㎢를 풀었다. 같은 해 5월에는 163㎢, 지난해 말 2408㎢, 이번에는 2154㎢를 계속 풀었다. 경기도는 이번에 전체 허가구역의 절반이 한꺼번에 해제됐고 충북전남은 허가구역이 100% 풀렸다.

정부는 2년간 허가구역을 풀어도 땅값이 오르지 않아 규제 완화 차원에서 추가 해제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전국 땅값은 2009년 0.96%, 지난해 1.05% 각각 오르는 데 그쳤다. 국토부 관계자는 "개발예정지역이나 땅값이 오를 만한 곳은 해제 대상에서 제외했기 때문에 토지 시장 불안 가능성은 작다"고 밝혔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허가구역 해제가 지역 경제에 도움이 되는 효과보다 투기꾼의 배만 불릴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한다. 그동안 허가구역에서 풀린 지역의 경우 대부분 외지인에게 땅이 넘어갔다. 충북 음성군의 경우 2004년 9월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이후 거래된 땅의 60%를 서울 등의 외지인이 사들였다. RE멤버스 고종완 대표는 "통상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풀리면 특별한 개발재료가 없어도 10~15% 정도 땅값이 오른다"면서 "이번에도 지역에 따라 땅값이 오르는 곳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내년엔 총선과 대선을 치르면서 개발 공약이 쏟아질 게 불을 보듯 뻔해 이른바 '기획부동산' 등 투기세력이 다시 활개칠 가능성도 제기된다. 닥터아파트 이영진 상무는 "600조원 이상으로 추산되는 시중 부동자금이 내년 선거와 맞물려 토지 시장에 유입되면 땅값 상승의 불쏘시개 역할을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