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이달 1일 출시한 쏘나타 하이브리드는 산업적인 측면과 소비자 입장에서 환영할 만한 신차다.

쏘나타 하이브리드는 국산 기술로 첫 번째 휘발유 하이브리드카의 양산에 성공했다는 점. 그리고 일반형과의 가격차가 10% 높은 수준에 불과해 현재 1L(리터)당 1940원 수준인 휘발유 가격을 감안하면 약 3년의 주행으로 차액을 보전할 수 있는 경제성을 확보한 점을 높게 평가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현대차가 선도업체인 일본 도요타를 비롯, 앞서 하이브리드카의 시판에 나선 주요 업체들이 펼쳐놓은 특허망을 피해 하이브리드카의 개발에 성공했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현대차의 하이브리드카 양산에서 산업적인 의미를 찾아 보아야 하는 이유다.

24일 강원도 양양 일대에서 열린 쏘나타 하이브리드 시승행사에 참석해 이 차의 경제성과 국산 하이브리드 기술의 성과를 가늠해 봤다.

◆ 달라진 디자인…하이브리드카 정체성 확보에 심혈 기울여

쏘나타 하이브리드는 기존 일반형과의 차별화를 위해 디자인을 일신했다. 가장 크게 달라진 부분은 전면부다. 기존의 번쩍이는 가로무늬 라디에이터 그릴을 걷어내고, 검은색 육각형 그릴에 물방울 무늬를 넣었다. 일반형의 다소 공격적인 인상에 비해 보다 세련된 느낌을 준다. 후미등은 램프 바깥쪽 덮개를 투명하게 처리했다. 일반형 쏘나타와 나란히 세워두면 한 눈에 봐도 달라진 느낌을 받을 수 있다.

내부 인테리어도 변했다. 시트와 도어 안쪽 바느질 장식은 실선을 푸른색으로 처리했다. 곳곳에는 금속 느낌을 주는 장식을 덧댔다. 계기반은 엔진 회전수(RPM)를 나타내는 게이지 대신, 차의 주행상태에 따른 연비 효율성을 측정할 수 있는 에코(ECO) 게이지를 달았다. 계기반 가운데 LCD창은 화려한 그래픽을 통해 주행 중 연비 효율성이 얼마나 되는 지를 보여준다.

24일 강원도 양양 일대에서 열린 시승행사에서 주행 중인 현대차 쏘나타 하이브리드.

연비 효율을 중시하는 하이브리드카인만큼, 공기 저항에 따른 동력 효율의 감소를 막기 위한 장치들이 눈에 띈다. 측면부에는 차체 하단과 지면과의 거리를 좁혀 공기 저항을 줄이는 부착물인 에어스커트를 달았다. 휠은 경량 알루미늄 재질을 채택했다.

트렁크 적재공간은 배터리 탑재로 인해 일반형에 비해 좁다. 일반형 쏘나타의 경우 트렁크에 골프백 3개를 무난하게 넣을 수 있지만, 쏘나타 하이브리드에는 2개 정도를 실을 수 있다.

◆ 일반형보다 강력한 동력성능…연비효율은 운전자 주행방식이 큰 영향

시동을 걸면 조용하다. 엔진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저속 구간에서는 전기모터만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휘발유 엔진을 쓸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시속 20km 이하로 주행할 때는 가상의 엔진소리가 외부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온다. 저속 주행 시 너무 조용해 보행자가 차를 인지할 수 없는 위험이 있다는 이유로 장착한 장치다.

쏘나타 하이브리드는 2L급 휘발유 다분사식(MPI) 누우 엔진과 6단 자동변속기를 장착했다. 일반적으로 하이브리드카의 경우 연비 효율이 좋은 무단변속기(CVT)를 사용하지만, 설계 구조를 간단히 하기 위해서 하이브리드카에 걸맞게 개량한 6단 변속기를 달았다고 한다.

이 차는 엔진에서 150마력, 모터에서 30kW(마력으로 단순 환산 시 41마력)의 최고 출력을 발휘한다. 엔진만으로 따져볼 때 직분사식(GDi) 엔진을 탑재한 쏘나타 일반형(2.0L·165마력)보다 출력이 떨어지지만, 모터에서 나오는 출력이 더해져 동력성능의 절대적인 수치는 오히려 일반형보다 높다.

가속능력은 저속에서 전기모터를 사용하는 구조와, 배터리 탑재로 인해 50kg 정도 늘어난 무게 탓인지 다소 더디게 느껴졌다. 하지만 시속 80km를 넘기고 탄력을 받기 시작하면 전기모터의 힘이 더해지면서 시원스러운 움직임을 보여준다. 시속 140km까지는 무난하다. 시속 160km를 넘기면 속도계가 점차 더디게 올라가지만, 시속 200km까지의 가속에 별 무리는 없다.

쏘나타 하이브리드의 내부 모습. 시트 주변을 푸른색 실선으로 장식했다.

서스펜션(현가장치) 세팅이나 코너링에 있어서의 움직임은 일반형과 큰 차이가 없다. 운전대를 돌릴 때는 차체의 반응이 반박자 정도 늦다는 인상을 받았다. 전반적으로 고성능보다는 안락함에 초점을 맞췄다. 높은 과속방지턱을 넘을 때면 출렁거리는 느낌이 든다.

하이브리드카인만큼 전기모터와 엔진 사이에서 동력 전환이 수시로 이루어지는데, 놀랄만큼 자연스러운 주행감을 보여준다. 초창기의 하이브리드카에서는 전기모터에서 엔진으로 넘어갈 때 적지 않은 이질감이 느껴졌지만, 쏘나타 하이브리드는 매끄러운 동력 전환이 인상적이었다.

하이브리드카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역시 연비다. 이 차의 공인 연비는 L당 21km. 쏘나타 하이브리드는 주행 속도에 맞추어 전기모터가 수시로 개입해 연료 소모를 줄여주는데, 급가속과 급제동을 반복하다보면 전기모터가 끼어들 여지가 사라진다. 일반 휘발유차를 운전하는 것과 다를 바 없게 되는 셈이다. 실제로 이날 시승행사에서 기록된 연비는 L당 8km에서 24km까지 천차만별이었다.

하이브리드카를 구입하는 가장 큰 이유인 경제성 확보를 위해서는 올바른 운전습관이 전제되어야 한다. 쏘나타 하이브리드는 고속 주행에서도 정속주행장치인 크루즈컨트롤을 작동시키면 전기모터로 동력을 보조해 주는 기능을 탑재했다. 급가속을 자제하고 적극적으로 연비 위주의 운전을 할 경우 공인연비 이상의 연비 효율도 발휘할 수 있는 게 쏘나타 하이브리드의 특징이다.

운전 습관과 관계없이 일정 수준 이상의 연비를 발휘하는 차를 원한다면 주행 속도에 따라 엔진의 동력 흐름을 조절해 주는 가변식 클린디젤(청정경유)이 더 나은 선택일 수 있지만, 이 경우 대부분의 모델이 수입차 위주여서 구입비용이 큰 차이가 난다. 따라서 경제성에 주목하는 소비자라면 일반형과 가격 차이가 크지 않은 하이브리드카를 구입해 올바른 운전습관을 유지하는 게 주효하다.

쏘나타 하이브리드의 가격은 개별소비세와 교육세를 각각 최대 100만원과 30만원씩 감면 받을 경우 2975만~3295만원. 차량 등록 시에는 취득세를 최대 140만원 감면 받고, 채권 및 공채 또한 최대 200만원까지 매입 면제받을 수 있다. 결과적으로 구입 비용은 동급 일반형 쏘나타와 비교해 300만원 정도 비싸다. 휘발유 가격을 L당 1940원으로 가정했을 때, 1년에 2만km를 주행할 경우 3년 안에 회수할 수 있는 차액이다. 주행 기간이 늘어나고 휘발유값이 오를 수록 더 큰 경제적 혜택을 누릴 수 있다.

현대차는 올해 쏘나타 하이브리드를 국내 시장에서 1만1000대, 내년부터는 1만8000대씩 판매하겠다는 목표다. 월 1500대 정도를 판매하겠다는 것. 올 들어 4월까지 쏘나타 일반형의 판매대수가 월 6000~7000대 수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국내에서 판매하는 쏘나타 5대 중 1대는 하이브리드가 될 것이라는 전망으로 풀이된다.

24일 강원도 양양 일대에서 열린 시승행사에서 주행 중인 현대차 쏘나타 하이브리드.

◆ 우여곡절 겪었던 '국산 첫 휘발유 하이브리드 개발'

현대차는 2009년 액화석유가스(LPG)와 전기모터를 혼용하는 아반떼 LPi 하이브리드를 출시했지만, 이 차의 주연료인 LPG 충전소가 상대적으로 적고 신차 가격도 일반형 대비 500만원 이상 비싼 수준으로 책정돼 시장의 환영을 받기엔 역부족이었다.

현대차 하이브리드카 개발실장인 이기상 상무는 “아반떼 LPi의 경우, 당시 정부 정책이 친환경차 보급을 조기 확대하는 쪽으로 움직이며 개발을 서둘러야 했다”면서 “타 업체의 관련 특허를 피해 빠른 시일 내에 하이브리드카를 만들 수 있는 대안은 LPG를 주연료로 사용하는 것이었다”고 당시 배경을 설명했다.

본격적인 상품성 확보를 목표로 개발된 쏘나타 하이브리드가 출시되기까지는 숱한 우여곡절이 있었다. 현대차는 먼저 일본 지바현에 있는 현대차 일본기술연구소와 경기도 화성의 남양연구소로 개발팀을 이원화 했다. 가장 큰 과제는 이미 등록되어 있는 하이브리드카 관련 특허를 피하는 것이었다. 일본에서는 기존의 타사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분석하고, 한국에서는 완전히 새로운 형태의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개발하는 것이 주어진 과제였다.

현대차는 도요타가 사용하는 복합형 하이브리드 시스템(대용량 모터와 발전기를 추가로 장착해 연비를 높이는 방식) 대신, 엔진과 모터 사이에 클러치(엔진 동력을 끊고 잇는 부품)를 장착하는 병렬형 시스템을 채택했다. 작은 용량의 모터로도 연비 개선 효과를 볼 수 있어 효율성은 높지만, 클러치의 엔진룸 내부 장착과 동력전달 제어가 어려워 도요타가 15년전 실패했던 기술이다. 한국 남양연구소 연구진들이 2008년부터 근 3년에 걸쳐 개발해냈다.

배터리도 도요타가 사용하는 니켈수소전지 대신 효율성이 높고 형태 변형이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리튬이온전지 배터리를 장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