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식(過食)하던 증시가 급체(急滯)한 것일까.

코스피 지수가 5월 한 달 6% 넘게 하락했다. 이달 첫 거래일 2230선 턱밑까지 오르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던 증시는 불과 20일 만에 180포인트 하락하며 2050선으로 주저앉았다. 사상 최고치 대비로는 7.77% 떨어졌다.

증시가 단기간 크게 하락한 것은 외국인이 3조원어치의 물량 폭탄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특히 외국인은 주식 시장에서 비중이 큰 자동차ㆍ화학 업종을 집중적으로 매도하며 시장을 끌어내렸다.

한국을 비롯해 신흥국 증시를 밀어올리던 외국인이 갑자기 매도세로 돌아선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유럽 재정 위기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미국 경제 회복마저 둔화 국면을 맞이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최근 글로벌 금융 위기를 무난히 극복하는 듯했던 미국 경제 회복이 다소 둔화되며 경고등이 켜지고 있다. 4월 미국 경기선행지수가 10개월 만에 하락 반전했고 1분기 미국 GDP 성장률은 예상치를 밑도는 1.8%에 그쳤다. 지난주 발표된 미국의 대표적인 경기 체감지수 필라델피아 제조업지수는 전문가들의 예상치를 크게 밑돌았다. 부동산 시장은 좀처럼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신규 주택 착공 건수와 기존주택 매매 모두 감소했다.

토론토도미니언시큐리티스(TD)의 에릭 그린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경제는 '소프트 패치'를 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소프트 패치(soft patch)란 경기 회복 과정에서 나타나는 일시적인 회복 둔화 현상이다.

이 여파로 글로벌 자금의 움직임이 급격하게 위축됐다. 대부분의 전문가가 미국 경제의 부진한 성적표를 '더블딥'이 아니라 소프트 패치로 해석하고 있지만,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가 투자 심리를 흔들었다. 글로벌 펀드시장조사기관인 이머징포트폴리오펀드리서치(EPFR)에 따르면 글로벌 원자재와 에너지 펀드에서 3주 연속 자금이 유출됐고, 선진국과 신흥국 주식형 펀드에서는 8주 만에 자금 이탈이 나타났다.

글로벌 유동성은 곧 안전자산으로 이동했고 글로벌 증시는 직격탄을 맞았다. 이날 일본 닛케이 증시는 9500선이 다시 붕괴됐고, 중국 상하이 지수도 3% 가까이 하락하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의 이재훈 연구원은 "선진국의 경제 지표가 반전하지 않는 가운데 상품과 주식 등 전통적인 위험자산으로부터 자금이 유출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미국 경제가 다시 회복세를 보이면 투자 심리가 살아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현대증권의 이상재 연구원은 "미국의 4월 산업 생산이 감소한 것은 일본 대지진 여파로 부품 공급에 차질을 빚은 자동차 생산이 크게 감소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미국 산업 생산이 위축된 것은 수요가 줄어들었기 때문이 아니라 공급 감소에 따른 것이기 때문에 하반기 경제 지표가 다시 반등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