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크래프트 게임 중계를 둘러싸고 미국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이하 블리자드)와 우리나라 게임협회 간에 벌어졌던 4년여에 걸친 갈등이 가까스로 봉합됐다. 블리자드는 최근 한국e스포츠협회, 케이블 방송사 온게임넷·MBC플러스미디어 등과 게임대회 개최 및 방송에 대한 라이선스 협약을 맺었다고 밝혔다.

스타크래프트 게임을 통해 임요환 같은 프로게이머가 가수나 배우 못지않은 인기 스타로 떠올랐고 수많은 관중을 불러모으는 게임대회도 속속 생겨났다. 이 게임은 스포츠 경기처럼 박진감 넘치는 전투장면, 치밀한 전략 대결 등 흥미 있는 요소를 갖춰 케이블 채널의 인기 프로그램으로 떠올랐다.

이번 협약을 통해 블리자드와 e스포츠협회는 대회 중계권을 둘러싼 법정 다툼을 끝내고 협력 관계를 맺게 됐다. 블리자드의 마이크 모하임 최고경영자는 "한국의 e스포츠 단체들과 협력해 글로벌 게임대회를 육성하는 데 기여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블리자드는 지난 2007년 한국e스포츠협회가 스타크래프트 게임대회의 중계권을 방송사들에 판매하면서 갈등을 빚어왔다. 블리자드는 "협회가 게임 중계권을 판매하는 것은 스타크래프트를 제작한 우리 회사의 지적재산권을 침해하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이 회사는 "게임대회를 한 번 개최하려면 우리에게 1억원을 내야 한다"고 요구했다.

하지만 협회는 "단순한 게임을 e스포츠로 키워냈으므로 대회 중계권도 우리에게 있다"고 맞섰다. 방송사들도 "블리자드측의 중계료 금액은 터무니없이 비싸다"고 반발했다.

양측의 대립은 지난해 11월 소송으로 번졌다. 블리자드는 서울지방법원에 "온게임넷 등 케이블 방송사들이 허가 없이 우리가 만든 게임을 이용해 게임 대회를 개최하고 있다"며 고소했다. e스포츠협회는 블리자드의 반발을 무릅쓰고 대회를 계속 개최해왔다.

양측은 법정 공방전과 별도로 물밑 협상을 계속해왔다. 대립이 오래 이어지다가는 게임대회 자체가 몰락할 수도 있다는 공감대를 갖고 이번에 협상을 타결했다. 게임업계의 한 관계자는 "블리자드가 게임대회를 키워온 협회와 방송사의 노력을 인정하면서 대회 개최료를 대폭 낮춘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