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용규씨.

삼성물산(028260)이 1조원대 거부(巨富)인 '카자흐스탄 구리왕' 차용규씨의 세무조사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국세청은 차씨에 대해 해외 탈세 혐의로 거액의 세금 추징을 준비 중인 상황이다. 삼성물산이 당혹스러워 하는 부분은 차씨가 이 회사에 재직했었다는 점을 들어 모종의 연관성이 있지 않느냐는 의혹 때문이다.

차씨가 국세청으로부터 조사를 받고 있는 부분을 살펴보면 그는 지난 2005년에 카자흐스탄 최대 구리 채광·제련업체인 카작무스를 런던 증권거래소에 상장시켰다. 그리고 주식 명의를 조세피난처인 버진 아일랜드의 페이퍼컴퍼니로 옮겨놓은 뒤 이듬해 주식을 팔아 1조원대 양도 차익을 얻었다. 이에 따른 세금 납부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는게 국세청이 밝힌 조사 이유다.

이 과정에서 삼성물산과의 연관성이 발견된다. 삼성물산 프랑크푸르트지사 과장으로 근무하고 있었던 차씨는 1995년 카자흐스탄 정부가 삼성물산에 구리 채광·제련 업체인 카작무스의 위탁경영을 요청하면서 이곳에 합류하게 된다. 차씨는 이곳에서 카작무스를 세계적인 구리 제련업체로 키웠고, 이후 5년 뒤(2000년) 삼성물산은 카자흐스탄 정부의 요청으로 카작무스 지분 45%를 인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차씨는 이 시점에 카작무스의 공동대표를 맡게 된다.

하지만 4년 뒤인 2004년 삼성물산은 지분을 모두 청산하며 사업에서 손을 뗐고, 차씨는 현지 고려인 3세인 블라디미르 김과 함께 카작무스 지분을 인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2005년 런던 증권거래소에 상장시키며 소위 ‘대박’을 터뜨려 세계 1000대 부호에 오른다.

이같은 과정만 살펴보면 삼성물산과의 연관성이 커 보인다. 하지만 삼성물산의 설명은 다르다.

삼성물산은 먼저 카작무스의 최대주주가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2000년 7월 당시 삼성물산이 가진 카작무스 지분은 총 42.55%였다. 당시 최대주주는 블라디미르 김 이었고, 삼성물산은 2대 주주였지만 경영에는 참여하지 못하는 상황이었다는 것이다.

회사 측은 “당시 구리시장의 전망이 불투명했고, 급격한 인건비 상승에 따른 원가 경쟁력 저하, 광석 부족에 따른 대규모 투자 소요 및 이에 따른 증자 부담 등 수익성 자체가 악화될 것으로 예측했다”며 “사업 여건이 지속적으로 열악해지는 상황에서 배당마저 받지 못하는 무수익 자산을 계속 보유하는 것은 리스크가 크다고 판단해 경영이사회의 심의를 거쳐 보유 주식을 매각하고 철수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2004년 지분을 매각한 부분에 대해서는 “블라다미르 김에게 매각한 것이지 차씨에게 매각한 것이 아니다”고 밝혔다. 삼성물산은 2004년 8월, 당시 카작무스의 최대주주이자 지분 매수자인 블라디미르 김이 매각처로 지정한 ‘페리 파트너스’에 지분을 매각했다. 페리 파트너스의 대표 역시 블라디미르 김이었다.

이후 2005년 10월, 카작무스 상장 보고서에 페리 파트너스의 대표가 차씨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삼성물산은 “페리 파트너스의 대표가 언제 차씨로 바뀌었는지는 전혀 알지 못했다”며 “차씨가 어떻게 페리 파트너스를 소유하게 됐는지는 지분매입 회사의 내부적인 주주변경 사항으로 우리와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차씨와 삼성물산의 관계에 대해서는 “차씨는 카작무스를 매각하기 전인 2003년에 회사를 퇴직했다”며 “이후 삼성물산과 접촉한 바가 전혀 없다”고 밝혔다. 삼성물산은 차씨가 어떻게 카작무스 지분을 인수했다가 매각하게 됐는지, 현재 어디에 거주하는지 등에 대해 전혀 아는 바가 없다고 설명했다.

차씨는 1998년 삼성물산 부장으로서 카작무스 사업부장을 맡았고, 2003년 퇴직 당시 직급은 상무보였다고 삼성물산 측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