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빌딩 벽면이나 건물 한개 면을 털어 광고하는 이른바 '래핑(Wrapping) 광고'가 늘어나고 있다. 건물을 뒤덮는다 또는 감싼다는 뜻의 래핑광고는 기존에 잘 알려진 대형 현수막 광고에서부터 스티커와 같은 특수 용지를 건물 전체 벽면에 스티커처럼 붙이는 방식까지 다양한 방법으로 활용되고 있다. 건물을 광고판으로 활용해 광고 효과를 극대화한다는 이유로 많이 사용되고 있다.
◆상징건물 활용한 광고 기법
일반적으로 광고업계에서 래핑 광고는 광고지를 벽면에다 발라 흡착시키는 기술을 말한다. 쉽게 말해 대형 그림을 특수 용지에 출력해 스티커를 붙이듯 벽에 붙이는 개념이다. 대형 현수막이 건물에 걸리면 창문을 모두 가리게 돼 채광과 환풍이 어려운데 반해, 래핑 광고는 스티커에 수없이 많은 구멍을 뚫는 특수 공법을 통해 안에서는 유리창에 광고가 붙었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채광과 통풍에 문제가 없다.
래핑광고가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월드컵이다. 당시 광화문 인근의 많은 건물은 월드컵 분위기를 반영해 빌딩 벽면에 대형 현수막을 걸고 래핑 광고를 했었다. 당시 서울시 종로구 SKT 빌딩의 경우에는 박지성이, 서울시 중구 광화문 동아일보 사옥에는 현대차가 김연아를 광고 모델로 대형 래핑광고를 한바 있다.
지난 2009년에는 대한생명이 새로운 기업 슬로건인 'Love your life, Love your dream'을 서울 여의도 63빌딩 가운데 래핑 광고로 게제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서울시청 앞 프라자 호텔 맞은편에 있는 '광학빌딩'에도 대형 래핑 광고가 붙었다. 5월 개봉을 앞둔 영화 '쿵푸팬더'의 영화 포스터가 빌딩의 한개 면을 털어 광고하고 있다.
래핑광고는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대형 빌딩에 광고가 걸린다는 점에서 효과가 뛰어나다는 평가다. 광고 전문업체 에이치에스(HS) 에드 박현 부장은 "대형건물이라는 규모감이 주는 상징성을 통해 사람들이 오래 기억하도록 하는 효과가 있다"며 "짧고 임팩트 있는 광고를 통해 인지도를 높이는 측면에서는 매우 좋다"고 말했다.
하지만 래핑 광고는 생각보다 비용이 많이 든다. 한 래핑 광고 전문업체 관계자는 "건물 안에서는 밖이 보이고 밖에서는 안이 안 보이는 필름을 써야 하고, 1㎡당 6만~7만원에 광고면적이 300㎡ 정도여서 인쇄비만 2000만원 정도 든다"며 "광고를 붙이는데 사다리차 등을 이용하면 20일 광고에 3000만원 정도 소요되는 등 비용이 높지만, 랜드마크를 통한 광고 효과를 누리기 위해 많이 찾는 편"이라고 말했다.
◆효과는 좋지만…래핑 광고는 현행법상 '불법'
그러나 래핑광고와 대형 현수막 등 빌딩이나 건물 외관에 걸리는 광고물들은 '옥외광고물 등 관리법' 상 불법행위가 된다. 옥외광고물 등 관리법에 따르면 광고를 위한 현수막이나 래핑광고와 같은 광고물은 구청이 지정한 게시대에만 걸어야 한다. 백화점과 대형마트, 영화관 등 지정된 일부 건물들만 예외적으로 허용된다.
옥외광고물관리법상 불법 래핑광고나 현수막 광고가 게재될 경우 해당 관할 구청이 철거 명령을 할 수 있으며 과태료가 부과된다. 구청의 결정을 따르지 않을 경우 최고 500만원의 이행강제금을 부과할 수도 있다.
하지만 적발에서부터 철거까지 처리 시간이 걸리는 점을 이용해 사실상 래핑 광고는 비일비재하게 이뤄지고 있다. 서울 시청 앞 건물에 현재 게재 중인 영화 홍보 광고의 경우에도 해당 관계청인 중구청이 지난 9일까지 철거를 명령했지만, 일주일이 지난 16일에야 철거됐다.
한 래핑 시공업체 관계자는 "합법적 허가를 받는 광고 매체가 아니기 때문에 광고 게재 기간을 보통 15일 정도로 잡는다"며 "적발될 경우의 과태료 등을 감안하고 광고료를 책정해서 한다"고 말했다.
서울시 문화관광 디자인 본부 도시경관과 관계자는 "이번 시청앞 래핑광고의 경우 다른 곳에서도 따라 할 수 있기 때문에 강력하게 처벌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민간은 불법, 정부 정책 홍보는 '합법'
래핑광고는 현행법상 정부정책을 홍보하는 게시물을 정부청사에 게재하는 경우에는 합법이다. 또 국가적 행사를 행하는 경우에는 해당 시·군·구 장의 판단을 거쳐 게재하는 것을 허용하고 있다.
이로 인해 지난해 10월 G20 정상 회의 당시 서울 광화문, 삼성동 등에 G20 홍보 래핑 광고가 많이 게재됐다. 또 지난해 월드컵 당시 광화문 거리에 다양한 대형 광고물이 게재되기도 했지만 특별한 제제나 과태료가 부과된 내역은 없다. 공공기관이 아닌 민간 건물의 경우에도 정부나 일정 기관들의 요청을 통해 광고가 게재되는 경우이기 때문에 특별한 제제가 없다.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간판이 너무 많아서 건물 외벽에 게재하는 옥외광고물을 제한하고 있다"며 "정부정책을 홍보하는 경우에는 일반 민간 건물 빌딩에도 협조를 통해 광고를 게재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