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원 한상원(36)씨는 지난주 5~6일 이틀간 국제유가가 11% 넘게 급락하자 보유하고 있던 정유주들을 모두 내다 팔았다. 원래 샀던 가격보다 10%가 넘는 손실을 봐야 했지만 그동안 과도하게 올랐던 상품가격이 추가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에 불안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며칠 지나지 않아 후회가 밀려왔다. 이번 주 들어 국제유가가 다시 반등하면서 팔았던 정유주들이 5~7%가량 올랐다. 조금 더 기다렸다면 손실을 피할 수도 있었던 셈이다.
급락했던 국제 상품가격이 다시 급등하면서 11일 국내 증시에서 관련주들이 다시 반등, 며칠째 냉·온탕을 오갔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향후 상품가격이 더 오를지 아니면 내릴지에 대한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유가 다시 오르자 정유화학주 급등
10일(현지시각) 국제 상품시장은 일제히 강세였다. 국제유가는 최근 미국 미시시피강 홍수로 연료 생산에 차질이 있을 것이라는 우려가 등장한 데 영향을 받아 나흘째 상승했다. 이날 뉴욕상품거래소에서 WTI 6월 인도분 가격은 전날보다 1.33달러(1.3%) 오른 배럴당 103.88달러에 거래를 마감했다. 전날에는 5.5% 상승했다.
금(金)과 은(銀) 가격도 올랐다. 유럽의 재정위기가 유로화 가치를 떨어뜨릴 것이란 우려로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도가 강해졌기 때문이다. 지난 3일부터 5일까지 4.9% 하락했던 금값은 3일 동안 2.4% 반등했다. 지난주 27% 폭락했던 은값은 이틀 동안 9.1% 올랐다.
이 같은 국제 상품가격 상승은 고스란히 11일 국내증시에 반영됐다. 이날 정유화학 업종은 2.28% 상승했다. 정유업체인 SK이노베이션은 2.96% 상승했다. S-Oil도 2.51% 상승했고, GS도 1.99% 오른 채 장을 마감했다. 화학업체인 호남석유화학은 5.21%, LG화학은 2.97% 상승했다.
금·은 가격 상승에 고려아연은 이틀째 상승했다. 고려아연은 비철금속을 제련하는 과정에서 금·은 등을 부산물로 얻는다. 지난주 상품가격이 하락하면서 6일에만 7.55% 하락하며 40만원 선이 무너졌었다. 도시광산업을 통해 금·은 등의 자원을 추출하는 애강메리텍도 2% 넘게 상승했다.
종합상사기업인 LG상사도 4% 넘게 상승했다. 종합상사는 자원에 직접 투자하거나 무역 거래를 하기 때문에 원자재 가격이 오르면 기업이익이 늘어난다. LG상사는 오만 웨스트부카 유전을 보유했기 때문에 국제유가 가격 변동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반면 유가 상승에 해운주와 항공주는 하락했다. 유가가 상승하면 운송비가 많이 들어 실적이 나빠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아시아나항공은 2.35% 내렸고, 한진해운도 1.62% 하락했다.
◆상품가격 더 오를까
골드만삭스자산운용의 짐 오닐 회장은 상품가격이 앞으로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의 수요가 상품시장에 강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데 예상보다 중국의 수요가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기 때문이다. 또 수개월 동안 중국의 경제성장지수가 하락했는데도 상품가격이 하락하지 않았다는 점도 추가하락 이유로 뽑았다.
김수영 KB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9월 이후 투기적 수요가 과도하게 지속됐기 때문에 5월에는 투기수요의 청산에 따른 상품가격 조정이 지속될 것"이라며 "원유·옥수수·면화·은 등의 가격이 크게 하락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반면 JP모간체이스는 국제적으로 원유가 절대적인 공급부족 현상에 직면, 유가가 올 3분기에 배럴당 150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이렇게 전망이 엇갈리는 경우에는 성급한 투자를 피하라고 주문한다.
심재엽 신한금융투자 투자전략팀장은 "향후 상품가격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에 섣부르게 투자했다가는 낭패를 볼 수 있다"며 "현금 비중을 늘리고 상품시장의 움직임을 신중하게 관찰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