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 수프 하나 더 넣고 값은 2배 인상, 기존 제품 없앤 뒤 프리미엄(고급)급이라면서 훨씬 비싼 신제품 출시, 용량을 줄이는 수법으로 편법 가격인상….'

일부 식품업체들이 교묘한 방법으로 제품가격을 올려 소비자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공개적으로 가격을 올리기 부담이 되자 소비자를 현혹하는 편법을 쓰고 있는 것이다.

최근 출시된 농심의 '신라면 블랙'은 대형마트에서 한 봉지에 1320원이다. 기존 신라면(584원)의 2.3배 값이다. 봉지에는 "우골을 듬뿍 함유한 보양식사", "설렁탕 한 그릇의 영양이 담겨 있다"고 쓰여 있다. 그러나 소비자들은 "우골맛 수프 하나 더 넣고 값을 이렇게 올리다니 어이없다"고 비판했다.

비싼 원재료를 썼다며 가격을 올리는 것은 전형적인 수법이다. 롯데제과의 아이스크핌 '월드콘 XQ'는 기존 월드콘(1500원)보다 500원 비싼 2000원이다. '고농축 우유와 비싼 마다가스카르산 바닐라를 썼다'는 게 회사측 주장이지만 "맛은 거기서 거기"라는 평가가 더 많다.

코카콜라음료도 마찬가지다. 지난 2월 출시한 '조지아 에메랄드 마운틴'의 편의점 판매 가격은 1500원. 기존 '조지아 오리지널'(800원)보다 2배가량 비싸다. 회사측은 고급 커피 원두를 썼다고 주장한다.

포장을 바꿔 소비자를 헷갈리게 하는 경우도 있다. 동서식품은 최근 원두커피인 '맥스웰하우스 블루마운틴'의 포장을 400g에서 200g으로 절반을 줄였다. 대신 대형마트에서 파는 가격은 1만9500원에서 1만2400원으로 인하했다. 100g당 가격을 따지면 4875원에서 6200원으로 27%나 올랐다. 그야말로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격이다.

신제품을 내놓으면서 기존 제품을 아예 없애버리는 경우도 있다. 한국야쿠르트는 지난 3월 장(腸)에 좋은 '프로바이오틱 유산균'을 140억개 넣었다는 발효유 'R&B리듬'을 개당 1200원에 출시했다. 기존 900원짜리 '메치니코프'는 생산을 중단, 시장에서 자체적으로 퇴출시켰다.

이 같은 편법 가격인상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가 칼을 빼들었다. 공정위는 8일 "식품업체들이 프리미엄 제품이라는 이유로 가격을 올리면서 실제와 다른 과도한 광고를 하는 것은 관련 법을 어기는 것"이라며 "위반 여부를 조사해 내달 중 결과를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또 소비자단체와 공동으로 식품업체들의 편법 가격인상 여부를 조사하기로 했다. 공정위는 이미 '신라면 블랙', 롯데제과의 '월드콘XQ', 코카콜라음료의 '조지아 오리지널 캔커피' 등을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