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할 때면 카드를 긁는다'고 말하는 여성들이 있다. 화려한 옷이나 가방을 보면 잠시나마 위안을 얻는다는 것. 실제 심리실험에서 자존심이 상했을 때 신용카드를 이용한 충동구매가 느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것도 명품 구매에서 두드러졌다.

영국 런던경영대학원과 미국 코넬대 연구진은 심리실험을 진행했다. 먼저 컴퓨터로 무슨 목적인지 모르는 시험을 치르게 한 다음, 한쪽에는 공간 추론력과 논리력에서 100점 만점에 12점밖에 얻지 못했다고 말했다. 다른 쪽은 88점이라는 우수한 점수가 나왔다고 했다. 물론 실제 성적이 아니라 자존심을 상하게 하기 위해 임의로 부여한 점수였다.

직장에서 업무를 제대로 하지 못하거나 주위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할 때 명품을 사서 위안을 받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 하지만 아무리 충동구매라도 현금을 내는 것은 심리적으로 고통스러운 일이다. 연구진은 이 경우 신용카드 사용률이 높을 것으로 예상했다.

점수를 공개한 다음엔 평소에 생각해둔 일용품을 살 용의가 있는지 물었다. 그러자 점수를 낮게 받아 자존심이 상한 사람들에게서 신용카드로 물건을 사겠다는 비율이 높았다.

연구진은 자존심이 상했을 때 충동구매의 주 대상이 무엇인지를 알아보는 실험도 했다. 이번에는 대학생 150명을 대상으로 절반은 값비싼 명품 바지를, 나머지는 일상적인 저렴한 바지를 사는 것을 고려하게 했다. 앞선 실험과 마찬가지로 시험을 치르게 한 후 임의로 좋은 점수와 나쁜 점수를 줬다. 실험 결과 자존심이 상한 학생들에게서 실제로 명품 바지를 사겠다는 비율이 30%나 높게 나왔다. 또 이들 중 신용카드로 사겠다는 비율도 60%나 더 많았다. 이번 연구결과는 '사회 심리학과 인격 연구' 최신호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