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배당받을 때가 아니죠. 내실있는 성장을 위해서는 기술개발에 더 투자를 해야 합니다."

금속분말 소재 전문기업 창성의 배창환(61) 회장은 지난 1980년 창업한 뒤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배당을 받지 않았다. 회사가 돈을 못 벌어서가 아니다. 창성은 '날로 번성한다'는 회사 이름대로 2005년 매출 614억원에서 작년에 1630억원으로 5년 만에 두 배 이상 뛰었다. 영업이익률도 8%나 된다. 올해 매출도 작년보다 40%나 늘어날 전망이다. 배 회장은 "작년에 번 돈을 전부 기술개발에 투자하고 있다"면서 "지금 남동공단에 3000평 규모의 R&D(연구개발)센터를 짓고 있는데, 어지간한 대기업 연구소보다 나을 것"이라고 말했다.

배창환 회장은“한국에서 살아남으려면 기술과 사람밖에 없다. 외부에서 기술을 사보기도 했는데 직접 개발한 것만 못하더라”고 말했다.

기술에 대한 배 회장의 집념 때문에 인천 남동공단의 작은 중소기업이었던 창성은 금속분말 소재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다. 히타치금속NEC도킨일본의 쟁쟁한 대기업과 경쟁을 해서 얻은 결과다. 해외 매출이 60%에 이르고 국내 대기업 납품은 5%에 불과하다.

금속분말을 가공해서 만드는 분말자성코어(magnetic powder core)에서는 세계 1위의 시장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다. 자성코어는 TV·컴퓨터 등 전자기기에서 교류 전류를 직류로 전환할 때 생기는 노이즈(각종 방해전자파)를 없애주는 핵심부품이다. 요즘엔 태양전지·전기자동차 등으로 활용범위가 커지고 있다.

"창업 때부터 '대기업에 납품하는 사업은 하지 않겠다'는 나름의 경영철학을 갖고 있었어요. 그러니 기술개발밖에 없지요. 90년대 초반에는 연간 매출이 40억원 남짓했는데, 30억원을 들여 R&D 센터를 짓기도 했어요." 창성은 요즘도 매출의 5% 이상을 어김없이 기술개발에 쏟아붓고 있다. 또 전체 직원 400명 중에 30%가 R&D 직원이다. 삼성전자를 제외하고는 대기업의 기술투자도 매출의 1%가 채 안 되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한 규모다.

배 회장의 유별난 면은 또 있다. 배 회장은 옛 국제증권(1992년 삼성증권에 인수)의 오너였던 고(故) 배현규 회장의 외아들이다. 배 회장의 집무실이 있는 서울 논현동 창성 서울사무소의 건물 이름이 국제빌딩인 것도 그래서다. 부친은 배 회장에게 가업(家業)을 잇게 하려고 대학에서 경제학을 공부시켰지만 배 회장은 쉬운 자리를 박차고 나와 제조업을 시작했다. 부친에게서 "가업을 마다하고 엉뚱한 짓 한다"는 꾸중을 수없이 들었다고 한다.

"진입 장벽이 높고 오래가는 기업을 하겠다고 큰소리치고 남들이 안 하는 기초소재 기업을 창업했어요. 그런데 이름도 없는 중소업체 제품을 누가 사야지. 처음엔 직원들 밥도 직접 해주고 수위실에 먹고 자고 했어요."

배 회장은 "지금까지 왜 증시에 상장을 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대해 "기업인이 돈을 좇고 아침저녁으로 주가(株價)를 보기 시작하면 기술개발을 못 한다"며 "창성을 상장해 돈을 벌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똑똑한 젊은이들을 모으고 싶어요. 뛰어난 인재들이 우리 회사의 생산라인에서 근무할 정도로 좋은 회사를 만들고 싶어요." 그의 욕심은 딴 데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