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여 전만 해도 1100원을 웃돌던 환율이 지지선을 힘없이 무너뜨리고 계속 하락하고 있다.

2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오전 11시 6분 현재 전거래일보다 4.5원 내린 1067원에서 거래되고 있다. 환율이 1060원대로 내려선 것은 지난 2008년 8월 22일(종가 기준 1062.5원) 이후 처음이다.

시장 참가자들은 달러 약세가 본격화한 후 2차 지지선으로 여기던 1080원대가 쉽게 무너진 데 이어 1070원대까지 뚫리면서 원화 강세에 확신을 나타내는 모습이다.

원화 강세 분위기가 거세진 것은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의 '저금리' 발언 이후 약(弱)달러 기조가 기정사실로 굳어졌기 때문이다. 글로벌 달러 가치는 지난 주말 33개월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국내 분위기도 원화 강세에 호의적이다. 지난달 수출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며 우리나라 경제가 견고한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1% 가까이 오르며 랠리를 펼치고 있다.

여기에다 지난달 말 한국은행이 경상수지를 발표하며 "현재 환율 수준은 수출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고 있다"고 언급한 점도 환율 하락 요인이 됐다. 한은은 곧바로 해명에 나섰지만 시장에서는 개입이 약화할 것이란 신호로 받아들였다.

다만 외환당국의 개입 경계는 앞으로 환율 하락을 제한할 중요한 변수다. 이번 주 국내 외국환 은행에 대한 당국의 외환공동검사가 끝난 후 선물환 포지션 한도 축소 등 환율 하락을 막기 위한 정책 대응이 관측되기 때문이다. 이날도 장 초반 1066원까지 내린 환율은 강한 개입 경계감으로 1067선에서만 움직이고 있다.

지지선으로서 '1050원'을 뚫기도 간단치 않아 보인다. 한 시장 관계자는 "1100원 이후 1050원이 뚫기 어려운 지지선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며 "환율 하락 기조는 이어지겠지만 약달러에 대한 지나친 쏠림에 대한 경계와 1050원이 갖는 상징적 의미 등으로 점차 하락 속도는 완화할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