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인가, 하이브리드카인가.'

미국 제너럴모터스(GM)가 작년말 미국에서 시판에 들어간 친환경차 시보레 '볼트(Volt)'를 둘러싼 정체성 논란이 한국으로 자리를 옮겼다. 한국GM은 27일 인천 청라주행시험장에서 시승행사를 갖고 시보레 볼트와 고속 전기차인 크루즈EV를 공개했다. 이날 시승경험과 현장에서 만난 전문가들과의 질의응답을 통해 볼트를 둘러싼 의문을 풀어본다.

◆ "전기차 주행거리 한계, 휘발유 엔진으로 늘려"…볼트의 정체성은

볼트는 출시 전부터 현지에서 정체성 분류에 대한 논쟁을 빚어왔다. 볼트는 기본적으로 전력을 사용하는 전기차를 표방하지만 발전용 엔진을 구동하기 위한 휘발유도 사용한다. 엔진은 GM의 일반 승용차에도 사용되는 1.4L(L)급 에코텍 휘발유 엔진이다.

이 때문에 미국에서는 볼트를 플러그인하이브리드(Plug-in Hybrid Electric Vehicle·가정용 콘센트로 충전할 수 있는 배터리와 일반 엔진을 함께 사용하는 차) 내지는 '플러그인 전기차'로 분류하는 경우가 많다.

볼트는 휘발유 엔진을 탑재한 만큼 100% 배터리로만 움직이는 순수 전기차(PEV)와는 거리가 있다. GM은 볼트를 '장거리 운행 전기차(Extended-Range Electric Vehicle)'라고 정의했다. 순수 전기차의 한계인 짧은 주행거리를 발전용 휘발유 엔진으로 늘렸다는 것이다.

시보레 볼트

결국 PHEV를 '배터리와 엔진을 번갈아 사용하는 차'라고 정의하면 볼트는 PHEV가 아니지만, '배터리를 소모한 뒤에는 내연기관 엔진으로 달리는 차'라고 볼 경우 볼트는 이에 포함될 수 있는 것이다. 아직까지 정식 판매되는 차종이 없는 PHEV의 불명확한 정의가 불러일으키는 혼돈이다. 결과적으로 볼트는 PHEV와 순수 전기차의 '교집합'에 포함된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 '1L당 100km' 연비의 진실은

GM은 2009년 북미국제오토쇼(NAIAS)에서 볼트 시제품을 선보일 당시 '100% 전기차인 볼트는 휘발유 1L로 약 100km를 주행한다'고 발표했었다. '1L당 100km'라는 GM의 셈법은 순수 전기모드의 최대 주행거리(80km)와 휘발유 1L를 사용해 달릴 수 있는 주행거리(15km)를 합산한 것이다.

볼트의 최대 주행거리는 610km라고 GM은 소개했다. 볼트는 최초 40~80km만을 순수 전기로 주행하고, 배터리가 방전되면 그 다음부터는 휘발유 엔진으로 발전해 모터를 돌리는 방식이다. 순수 전기 주행거리는 배터리 성능에 영향을 주는 기후변화와 운전습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배터리를 소모시키는 공조장치나 전자장비 등을 함께 사용할 경우 주행거리는 더욱 짧아지게 된다.

볼트의 휘발유 연료탱크는 35L. 순수 전기를 사용한 최대 주행거리(80km)를 넘어간 뒤인 나머지 주행거리(530km)는 약 15.1km를 달릴 때마다 휘발유 1L를 소모하는 셈이다. 따라서 일상생활에서의 하루 주행거리가 100km 이하일 경우 높은 효율성을 갖게 되지만, 그 이상은 주행거리가 늘어날 수록 효율이 떨어지는 구조다.

주행성능은 일반 휘발유차에 뒤지지 않는다. 준중형급 차체에 최고출력 149마력, 최고속도는 시속 161km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도달하는 데 9.1초가 걸린다. 연비효율을 위해 라디에이터그릴을 차단하고 차체를 날렵하게 만드는 등의 방식으로 공기저항계수를 낮췄다. 결과적으로 차의 성능에도 도움을 주는 부분이다. 체감 가속능력도 상당한 수준이다. 설계 초기부터 친환경차를 염두에 둔 만큼, 차체의 무게배분이나 조향능력 등을 살펴보면 기존 휘발유차를 친환경차로 개조한 차와 비교하면 완성도 면에서 월등하다.

◆ "볼트 국내 출시 적극 검토"…상품성·과제는

한국GM은 이날 행사에 이어 28일 국내 친환경차 유관부처 관계자 등을 초청해 볼트와 크루즈EV의 시승행사를 진행했다.

이번 행사에서 함께 공개된 크루즈EV는 기술개발 과정에서의 연구시험 용도지만, 볼트의 경우 한국GM 한 관계자는 "실제 국내 출시를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더불어 볼트에 적용된 '전기차 주행거리 연장기술'을 한국GM 차량에 적용할 수 있는 지에 대한 가능성도 검토하고 있다. GM은 올해 볼트를 미국에서 1만2000대, 올 연말에는 시장을 유럽 등지로 넓혀 내년부터 연간 4만대를 판매하겠다는 목표다.

볼트의 미국 내 판매가격은 4만1000달러(4428만원). 미국 정부의 친환경차 보조금(7500달러)을 빼면 3만3500달러(3618만원)다. 비슷한 급인 시보레 크루즈의 미국 판매가격은 사양에 따라 1만6500~2만2200달러(1780만~2400만원). 보조금을 적용하고, 볼트의 전반적인 고급감이나 편의사양이 크루즈 최고급형과 대등한 수준이라고 보더라도 1200만원가량 비싼 셈이다.

현재 국내에서 볼트는 관공서 보급을 위한 전기차 실증사업 대상이 아니다. 환경부는 현재 실증사업을 진행 중인 일부 전기차를 관공서에서 구입하면 동급 휘발유차량 가격과의 차액 50%를 지원할 방침이다.

볼트의 상품성은 낮은 유지비와 충전소 등 기반시설(인프라) 보급 여부에 달렸다. 하루 60km 안팎, 연간 2만2000여km를 주행하는 운전자라면 휘발유를 거의 쓰지 않고 차를 유지할 수 있다. 같은 기간 동일한 주행거리를 연비 L당 15km의 동급 준중형차로 이동할 경우 유류비는 약 280만원. 미국에서 보조금을 적용받는 것과 비슷한 가격으로 볼트를 구입하게 되면 최소 5년 이상을 운행해야 본전을 뽑을 수 있다는 계산이 된다.

충전 문제의 경우 아파트 등 집단주거형태가 대부분인 국내에서는 작지 않은 걸림돌이다. 즉, 볼트가 정식으로 국내 출시되기 전까지 적정 수준의 보조금 지원여부가 확정되고 인프라 구축이 완료되어야 비로소 상품성을 기대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그러나 산업적 측면에서 볼 때, GM이 볼트를 개발하면서 축적한 기술력은 경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 이달 17일 미국에서 발표된 CEPGI(친환경에너지특허성장지수)에 따르면 GM은 작년 기준으로 하이브리드·전기차·연료전지 등 친환경기술 관련 1881건의 미국 내 특허 중 14%인 135건을 보유하고 있어 조사 대상업체 중 1위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볼트의 '후속 모델'이 기대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