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캄보디아의 한 축제 현장에서 400명 가까운 사람들이 압사당하는 사고가 일어났다. 그것도 다리 위에서 난 사고였다. 사고는 기초가 약한 다리 위에 수백여명이 몰렸고, 그 바람에 크게 흔들리자 발생했다. 다리 위에 있던 사람들이 한꺼번에 빠져나가려고 서로 밀치다가 참사는 일어나고 말았다. 사람들이 한꺼번에 한곳으로 몰리면 지진처럼 엄청난 파괴력이 발생한다고 해서 '군중 지진(crowd-quake)'이란 말까지 나왔다. 어떻게 하면 이런 인재(人災)를 막을 수 있을까. 과학자들은 군중 행동 예측 연구를 통해 답을 찾고 있다.

군중 행동 예측 컴퓨터 시뮬레이션

대형 압사사고를 막으려면 사람들의 동선(動線)을 예측해 통로나 출입구를 적절하게 만들어야 한다. 대표적인 방법이 컴퓨터 시뮬레이션이다. 사람을 하나의 입자로 보고 통로나 출입구에 몰리는 상황을 물리학으로 분석하는 것이다.

2010년 11월 23일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에서 우기를 마감하는 '물의 축제'에 사람들이 몰리면서 대형 압사사고가 발생한 직후의 모습. 이날 사고로 최소 378명이 사망하고 750명 이상이 다쳤다.

하지만 시뮬레이션 결과는 실제 상황과 많은 차이를 보였다. 수많은 요인이 관여하는 사람의 행동을 단순한 입자의 움직임만으로 해석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사람의 의지나 인식, 공포감 등 모든 요인을 감안한 시뮬레이션을 하기도 어렵다.

최근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단서가 나왔다. 바로 시각(視覺)이다. 스위스 연방공대의 덕 헬빙(Helbing), 프랑스 폴 사바티에대의 메흐디 무사이드(Moussaid) 박사 공동 연구진은 '미국립과학원회보(PNAS)' 최신호에 발표한 논문에서 "컴퓨터 시뮬레이션에서 사람이 서로를 볼 수 있다고 가정했더니 군중 행동이 실제 상황과 거의 같아졌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사람들은 시선을 따라 가장 덜 복잡한 곳으로 움직이며, 보이는 장애물과 적절한 거리를 유지하기 위해 속도를 조절한다는 가정을 했다. 이를테면 나와 출구 사이를 한 사람이 가로질러 가고 있다면 그 사람이 가는 쪽이 아니라 반대쪽으로 가도록 걷는 속도를 조절하는 식이다.

새로운 군중 행동 시뮬레이션에서는 사람이 시각으로 행동을 판단한다고 가정해 실제 상황과 거의 일치하는 결과를 얻었다. 출구로 갈 때 가능한 최단 경로(붉은 선)를 찾지만, 충돌을 피하기 위해 눈앞을 지나가는 사람의 뒤(파란 선)로 시선을 보내고 그쪽을 향한다는 것이다.

시뮬레이션 결과 군중의 독특한 행동이 그대로 확인됐다. 지하철 환승 통로에서는 처음에는 오가는 사람들의 동선이 서로 얽히다가 이내 가는 사람과 오는 사람이 한쪽으로 나뉘어 가는 것을 볼 수 있다. 시뮬레이션에서도 같은 결과가 나왔다. 수많은 사람이 한꺼번에 출구로 몰리는 사고 상황 역시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었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문은 좁게, 문 사이 간격은 넓게

동물실험도 군중 행동 예측에 쓰인다. 2001년 필리핀 연구진은 방에 물이 차오를 때 생쥐들이 어떻게 문으로 빠져나가는지를 관찰했다.

압사 사고를 막으려면 출구를 더 넓게, 그리고 가능한 한 많이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생쥐 실험에서는 문은 생쥐 한 마리만 나갈 수 있을 정도로 좁고, 대신 문들 사이의 간격은 넓어야 안전한 대피가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문의 폭이 좁으면 한 사람씩 줄지어 나가지만 문이 넓어지면 한꺼번에 몰리기 때문이다. 문의 폭이 적당해도 문들 사이 간격이 좁으면 역시 같은 혼란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