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미국 애플을 상대로 21일 한국·일본·독일 등 3개국에서 특허침해금지 소송을 냈다고 22일 밝혔다. 애플이 지난 15일 삼성전자를 '아이디어 도둑'으로 몰아붙이며 미국 법원에 소송을 제기하자, 맞소송으로 대응한 것이다.

애플은 삼성으로부터 한해 6조원어치 이상의 전자부품을 사가는 삼성의 최대 고객사다. 해외 언론은 '애플이 삼성을 최대 라이벌로 보고 경계감을 드러낸 것'으로 평가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애플이 (삼성과 관계를 끊으면) 당장 부품조달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점에서 '도박'"이라며 "소송 자체도 오히려 애플이 삼성의 기술을 인정해주는 격"이라고 지적했다. 삼성으로선 손해 볼 것 없다는 의미다.

◆삼성전자 "반격 자신 있다"

"질 싸움이 아닙니다. 3년을 준비해 왔습니다."(삼성전자 K임원)

애플의 특허소송에 삼성전자의 반응은 자신감 넘쳤고, 또 빨랐다. 삼성전자는 15일 애플이 특허침해로 고소한 뒤 단 6일 만에 맞소송을 냈다. 애플과의 특허소송을 철저히 준비해왔다는 증거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사진 왼쪽), 스티브 잡스 애플 CEO.

삼성전자는 2009년부터 애플과의 특허 분쟁을 염두에 둬 왔다고 내부 관계자가 밝혔다. 당시 삼성전자는 갤럭시S를 출시하며 아이폰(3G, 3GS)과 '스마트폰 전쟁'을 시작했다. 내부적으로 두 제품의 특허 충돌 여부를 미리 검토했다. 애플은 예상대로 지난해부터 특허 문제를 제기하기 시작했고 결국 양사의 소송전이 벌어졌다.

삼성은 소장을 통해 '애플의 아이폰, 아이패드가 삼성의 이동통신 관련 핵심 특허 10건을 무단 사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삼성전자는 무선데이터 전송속도를 높이고 전력 사용량은 낮추는 고속데이터 전송방식, 데이터를 보낼 때 오류가 생기지 않게 해주는 기술, 휴대폰과 PC를 연결해 데이터를 주고받는 기술 등을 대표적인 특허침해 사례로 들었다.

◆전문가들 "삼성 유리, 하지만…"

삼성전자의 반격이 성공할 것인가. 소송 자체는 삼성이 유리하다는 의견이 많다. 사스카 세건(Segan) PC매거진 애널리스트는 "애플의 소장이 조잡하고 두려움에 차있다"고 분석했다.

애플이 너무 많은 특허소송을 벌여 전선(戰線)이 분산돼 있다는 지적도 많다. 애플은 최근 삼성전자는 물론 HTC, 모토로라, 노키아, 코닥 등 거의 전 IT기업들과 소송전을 벌이고 있다. 특히 애플의 경쟁자인 구글의 휴대폰 운영체제 안드로이드를 쓰는 제조사들에는 거의 모두 소송을 걸고 있다. 하지만 결과는 그리 좋지 못하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낸 특허 소송에서 애플은 노키아·HTC에 모두 패배했다.

이가근 하나대투증권 애널리스트는 "애플은 금전적인 이익만 보고 소송을 내지 않는다"고 말했다. 1980년대 애플은 입력장치 디자인(GUI· Graphic User Interface)을 놓고 MS와 약 10년간 법정공방을 벌여 패소했지만 MS는 오히려 '부당하게 약자를 핍박하는 독점기업의 이미지'를 남겨 큰 손해를 입었다는 것이다.

지현국제특허법률사무소의 오병석 대표변리사는 "스마트폰은 핵심기술에 대한 특허가 여러 회사에 분산돼 있다"며 "법정공방이 길어질 경우, 상호 특허를 공유하는 선에서 두 회사가 합의를 볼 가능성도 크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