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가 17일 발표한 서민금융 기반강화 대책은 신용등급이 낮고, 제2금융권을 이용하는 서민들을 보호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소액을 연체하거나 신용정보를 자주 조회했다는 이유로 신용등급이 하락하는 것을 방지하고, 대출 중개인들이 활개치는 것을 막아 '고(高)금리 폭탄'에 시달리지 않도록 했다.

10만원 미만 연체자 749만명 신용등급 '이상 무'

금융위는 소액 연체가 고의가 아니라 주로 부주의나 실수로 발생한다는 점을 감안, 10만원 미만의 연체 기록은 연체 기간에 상관없이 신용평가에 반영하지 않기로 했다. 현재 10만원 미만을 5일 이상 연체해 불이익을 받은 사람이 749만명에 이른다.

신용정보 조회 횟수도 신용등급에 영향을 미치지 않게 된다. 대출 상담 과정에서 금융회사 직원이 대출자의 신용정보를 조회하는 횟수가 쌓이면 신용등급이 낮아지는 문제점을 개선한다는 것이다. 저신용자일수록 대출이 어려워 이곳저곳에서 조회를 하게 되고, 이에 따라 신용등급이 더 나빠지는 악순환을 야기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신용 조회 기록이 남아 불이익을 받는 사람은 현재 307만명가량이다. 안형익 금융위 서민금융팀장은 "경미한 이유로 신용등급이 나빠지지 않도록 개인신용평가제도를 합리적으로 개선하려 애썼다"고 말했다.

연체 기간이 90일을 넘지 않으면 이를 갚았을 때 연체 정보가 신용평가에 반영되는 기간도 기존 5년에서 3년으로 단축된다. 건강보험·국민연금·전기요금 같은 공공요금을 제때 납부하면 신용등급이 올라가는 방안도 들어 있다. 개인회생절차를 성실하게 밟아도 신용평가에서 점수를 더 주기로 했다.

대출중개수수료 3~5%로 낮추기로

서민들을 고금리에 시달리게 하는 주범으로 지목된 대출 중개 관행도 바꾼다. 금융위는 대출 중개 수수료율 상한제를 도입해 금융회사들이 대출 중개업자에게 주는 수수료를 대출액의 3~5%로 낮추기로 했다. 제2금융권 업체들이 대출 중개업자들에게 7~10%에 달하는 수수료를 지급하면서 서민들에게 연 30% 이상의 '고금리 폭탄'을 투하하는 것을 바로잡겠다는 것이다.

지난해 저축은행·할부금융사·대부업체의 개인신용대출 11조6436억원 가운데 60%가량인 6조9000억원이 중개업자를 통해 이뤄졌다. 국내 대출중개업자들은 2만7000명이 넘는데, 이들이 지난해 챙긴 수수료는 4953억원에 달한다.

금융위는 대출 중개업자가 자신이 직접 모집한 고객만 중개가 가능하도록 허용해 다단계 대출 중개 행위를 금지하고, 금융감독원·경찰과 함께 미등록 불법 중개업자를 집중단속할 계획이다. 하지만 대출 중개가 음성적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아 단속의 실효성이 의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채무를 제때 갚지 못해 금융거래에 제한이 걸린 사람들을 위한 '패자 부활' 제도도 보강된다. 연체 기간이 30일 이상 90일 미만인 단기 연체자의 채무 상환 기간을 연장하는 '개인 프리워크아웃(사전채무조정) 제도'를 2년 연장했다. 금리가 오르고 가계부채 대책이 시행되면 연체자가 갑자기 늘어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연 20% 이상 고금리채무를 11% 수준으로 바꿔주는 '바꿔드림론'은 연소득 2600만원 이하라면 누구나 대상이 될 수 있게 했다. 현재는 신용등급 6등급 이하만 바꿔드림론을 이용할 수 있다.

[[Snapshot] 신용정보 조회해도 신용등급 안 내려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