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은 지난 2월 한국과의 FTA(자유무역협정) 비준동의안을 처리했다. 그런데 우리는 이 EU와의 FTA 비준안을 언제 처리할지 기약하기 힘든 상태다. 만약 우리의 비준동의 절차가 늦어지면 7월에 발효(發效)시키기로 한국과 EU가 서로 약속한 일정을 다시 조정해야 한다. 국가 간 약속을 어기는 셈이 된다.

EU는 우리에게 중국 다음으로 큰 교역 파트너다. FTA가 발효되면 자동차·TV·섬유 등 공산품 수출산업에 상당한 도움이 될 전망이다. 무역에서 우리와 경쟁하는 일본은 한·EU FTA 체결 소식에 놀랐고 부러움을 드러내기도 했었다. 그런데 정작 국회 비준 절차에 발목이 잡혀 더이상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상황이다.

우리나라의 대(對)EU 총교역은 2009년 기준으로 788억달러, 수출은 466억달러에 달해 미국과의 교역 규모를 넘는다. 우리의 무역 흑자도 144억달러에 이른다. 또 EU의 평균 관세율(5.6%)이 미국(3.5%)보다 높아 관세 철폐 효과도 더 클 것으로 기대됐다.

한·EU FTA로 인해 앞으로 15년간 대(對)EU 수출이 연평균 25억2000만달러, 수입은 21억3000만달러 늘 것이라는 연구 결과도 있었다. 수출은 자동차와 전기전자, 섬유가 많이 늘고, 수입은 전기전자와 기계, 정밀화학이 많이 늘 것으로 예상됐다. 농업 분야는 사과, 배, 간장 등의 수출이 늘지만 돼지고기, 낙농품 등 축산물은 수입이 늘 것으로 예상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