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양재동 경부고속도로 만남의 광장 옆 부지 9만6000㎡ 규모의 화물터미널. 강남 알짜 땅 소문이 났던 이 땅은 정상대로라면 오피스와 백화점, 쇼핑몰 등이 결합된 국내 최대 규모의 복합건물 공사가 한창이어야 한다. 그러나 이 사업은 '저승사자'가 되고 말았다. 사업 시행사였던 파이시티는 빚더미에 앉아 부도가 났고, 시공사인 대우자동차판매㈜와 성우종합건설은 삽질도 하지 못한 채 작년 4월과 6월 워크아웃에 들어갔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파이시티는 진로그룹이 내놓은 터미널 부지를 2003년 경매로 사들였다. 파이시티는 이후 "부지를 용도변경해 유통타운으로 바꾸면 3조원이 넘는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장밋빛 청사진을 내놨다. 그러자 2007년부터 우리은행, 농협 등 금융권은 이 말을 믿고 8000억원이 넘는 PF 대출을 지원했다. 그러나 이후 경기침체가 시작되고 시행사 대표가 300억원이 넘는 대출금을 횡령하면서 시행사는 파산하고 시공사는 대출금을 고스란히 떠안게 됐다.

사업성이 불투명한 곳에 건설사들이 PF 지급보증을 섰다가 발목이 잡힌 경우는 이뿐만 아니다. 부산 서면의 모 쇼핑몰(1만7000여평)을 시공하면서 PF 지급보증을 섰던 B건설사는 시행사가 부도나면서 분양계약자들의 해약사태와 소송에 휘말려 곤혹을 치렀다. 경기 김포의 모 도시개발사업지구는 2006년에 아파트 4000여가구를 짓기로 하고 3개 건설사가 7000억원대 PF 대출을 받았지만 5년이 지난 현재 첫 삽도 못 뜬 상태다. 사업에 참여했던 건설사 1곳은 퇴출됐고 2곳은 구조조정의 도마 위에 올라 있다.

12일 법정관리를 신청하는 등의 어려움에 봉착한 삼부토건도 '서울 서초구의 헌인마을에 300여가구 규모 초고가 빌라를 짓겠다'는 시행사의 말에 4270억원의 PF 지급보증을 섰다가 어려움에 처하게 된 것. 건설사의 한 임원은 "지난 4~5년 전 부동산 호황기에는 건설사나 금융권 모두 PF 사업이라면 수익성을 따지지 않고 일단 벌이고 보자는 분위기가 팽배했었다"고 말했다.

▲14일자 A3면 '묻지마 PF에 줄줄이 퇴출' 제하의 기사에서 '시행사 대표가 대출금을 횡령하면서 시행사는 파산하고'를 '시행사 대표가 대출금 횡령 혐의로 구속되면서 시행사는 법정관리에 들어가고'로 바로잡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