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마찬가지로 북한 이동통신 발전도 '시장'보다는 '정치'라는 변수를 먼저 고려해야 한다."(위양 이관궈지 대표)
"통일 이후 북한 지역의 통신 기반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민간 사업자를 통한 유연한 정책이 필요하다."(송태수 한국기술교육대학 교수)
12일 조선미디어그룹의 경제·투자 전문매체 조선비즈가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개최한 '북한 이동통신 현황과 투자기회 및 전략' 포럼에서 통일 후 북한이 통신 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한 다양한 제안과 아이디어가 쏟아져 나왔다. 정부 당국의 정책을 바탕으로 민간 사업자를 끌어 들여 통신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고, 이를 위해선 정치적인 상황을 잘 극복해야 할 것이라는 목소리도 있었다.
◆ 북한의 이동통신 현황은
북한의 통신 현황은 유선통신망과 무선통신망, 인터넷 등 세 분야로 나눌 수 있다. 북한은 지난 1998년에 처음으로 무선통신망을 개통했다. 2002년 당시 3000여명이던 가입자가 2004년에는 3만명으로 급증했다. 이후 2008년에 이집트의 통신업체 오라스콤텔레콤과 조선체신회사가 설립한 합작회사 CHEO테크놀로지가 WCDMA(광대역부호분할다중접속)기반의 이통망을 구축했다. 같은 해 12월에는 '고려링크'라는 3G 이통통신서비스도 시작했다. 오라스콤텔레콤의 분기별 실적 보고서를 살펴보면 지난해 3분기 기준으로 북한의 이동통신전화 누적 가입자수는 30만명으로 가입자당 평균매출(ARPU)은 15.2달러 수준이었다.
북한의 이동통신보급률은 약 1.3%에 불과하다. 특히 이동통신서비스 품질수준을 나타내는 커버리지(Coverage)에 있어 남한은 인구대비 97~98%를 기록하고 있지만, 북한은 약 75% 수준으로 낮다. 다만 월평균사용량을 살펴보면 북한은 300분으로 남한과 유사한 수준으로 집계돼 특정 계층의 사용량이 활발한 것으로 나타났다. 북한의 데이터통신량은 전무한 상태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의 황성진 북한방송통신연구센터장은 "북한의 통신망이 평양을 중심으로 '성형(Star)'을 이루고 있어 지역을 통제하기엔 쉽지만, 유사시에는 통신단절의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현재 북한의 시내 통화는 대부분 평양 등 대도시에 집중돼 특정 계층이 주로 사용하고 지방의 경우 아직도 수동교환방식이 주를 이루고 있다. 국제 전화의 경우 국제용 '381', 국내용 '382' 번호체계를 구분해 사용하고 있다. 평양과 나선 지역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에서는 모두 국제전화를 할 때 교환원을 거쳐야 한다. 황 센터장은 "북한의 유선통신망 자체가 외부와의 정보 교류 등에 상당히 민감하게 구축돼 있다"고 말했다.
북한의 인터넷 이용 실태도 열악하다. 북한은 지난 1999년 인트라넷 '광명망'을 개설해 인터넷을 시작했다. 하지만 인터넷망 역시 성형망 구조로 철저한 중앙 통제하에 대학교와 경찰청 등 일부에만 개방돼 있다. 국가도메인(.kp)도 지난 2007년에 등록했다. 또 북한의 인터넷망은 모뎀을 사용하고 있고, 속도는 30kbps~1Mbps에 이르며 현재 약 5만명 내외가 인터넷 사용인구로 추정되고 있다.
황 센터장은 "북한 통신 시장이 개방될 경우 그곳에 정부나 공공기관이 투자하느냐, 시장 경제에 맡기느냐 등의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면서 "앞으로도 이런 주제에 꾸준히 관심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北 이동통신 발전하기 위한 해결책은
통일 후 북한의 이동통신 발전을 위해서는 중국의 사례를 참조해 정치적인 변수를 고려하는 동시에 동서독 통일 당시의 독일 모델을 한번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 나왔다.
중국 IT·통신 분야 시장조사기관인 이관궈지(易觀國際)의 위양(于揚) 대표는 "중국 통신시장은 인터넷과 비교했을 때 규제와 감독이 중복해서 진행되고 있다"며 "각 정부 부처, 기관에서 중복된 규제를 하는 경우도 있어 통신업체들이 혼란스러워한다"고 전했다. 이같은 정부 정책이 통신시장의 중요한 변수라는 것이다.
위양 대표는 "중국의 칭하이와 같은 외딴 지역의 이동통신 발전상을 관찰하면 북한 통신 산업 발전을 이해하는데 도움일 될 것"이라고 했다. 특히 소득이 낮은 지역 사람들이 오히려 통신서비스를 더욱 활용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는 "중국은 ARPU(가입자당 평균매출)가 낮은 사람들이 부가서비스를 더 많이 사용한다"며 "청소부, 노동자들이 수입이 월 1000위안밖에 벌지 않아도 수입의 10%를 모바일 부가서비스에 이용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송태수 한국기술교육대학 교수는 독일의 사례를 참조하면서 민간 사업자를 통한 유연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송 교수는 "동서독 통일 당시 동독의 개발에 있어 정보통신기반의 구축이 최우선 과제였다"며 "이를 위해 독일 정부는 민간 사업자를 참가시키는 등 매우 유연한 정책을 통해 동독지역의 정보통신 기반을 구축했다"고 말했다.
송 교수는 "당시 독일은 7년안에 동독 지역의 정보통신 기반을 구축하기 위해 약 32조원이 소요되는 '텔레콤 2000' 사업을 펼쳤다"며 "이는 그동안 독일이 보여왔던 정책 방법과 다른 매우 유연한 방법의 정책사업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전의 독일 체제였다면 20~30년간 장기 계획을 갖고 이를 실행하기 위한 사업 구상만 5년이 걸렸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그는 "독일은 통일 직후 전개된 유럽연합의 출범에 따라 민간부문을 참여시켜 경쟁체제를 만들었다"며 "이를 통해 대규모 재정 수요를 대응하는 동시에 변화하는 통신시장 구조 및 통일에 따른 시장 확대의 효과를 잘 활용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한국 역시 통일이 될 경우 독일의 사례처럼 유연한 정책을 통해 북한의 통신 인프라를 구축시켜야 한다는 지적이다. 송 교수는 "독일의 턴키 프로젝트와 같이 민간부문과 협력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며 "이를 위한 대대적인 기술적, 조직적, 제도적 개혁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통일이 이뤄지면 통신시장 확대 및 시설 사용빈도의 대폭 증가가 이뤄지는 만큼 통신사업자의 수익성이 크게 증가될 것"이라며 "북한지역의 정보통신기반 구축에 대한 장기적인 실행계획과 운영방안의 연구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