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사해서 번 돈으로 이자도 못 내는 기업이 성과급을 주다니…."

서울시의 각종 개발사업을 맡고 있는 SH공사는 16조원(2009년 말)이 넘는 부채를 떠안고 있다. 빚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2005년 이후 5년간 이자로 낸 돈만 1조4400억원, 연평균 2800억원이 넘는다. SH가 영업을 통해 벌어들인 돈(2009년)은 2450억원이었다. 영업해서 이자도 못 내는 셈이다. 그러나 SH는 지난해 임직원 614명에게 52억원을 성과급으로 지급했다.

지방공사의 부채는 해마다 늘고 있지만 성과급은 빼놓지 않고 나온다. 한나라당 임동규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지방 공기업 중 임직원에게 성과급을 준 곳의 비율은 2007년 94.6%, 2008년 89.5%, 2009년 90.1%에 달한다. 2009년 25억원의 적자를 내고 부채비율이 7868%에 달하는 경기 양평지방공사는 그해 사장이 1237만원의 성과급을 받기도 했다.

공기업 임용 비리나 회계장부 조작도 연례행사처럼 수시로 터진다. 경기 구리농수산물도매시장관리공사는 거래처인 B사가 2005년 파산해 4년이 넘도록 물품 판매대금을 받지 못했지만 지난해 회계장부에 '회수 가능한 자산'으로 허위 회계 처리했다가 감사원에 적발됐다.

경기 하남도시개발공사는 2007년 하남시에 임원 임용 승인 요청서를 올리면서 '공기업에서 경력을 쌓고, 상장 기업체에서 임원 이상 직급으로 재직한 경력이 있는 자'라는 정관의 자격 요건을 '공기업에서 경력을 쌓은 자'라고 슬쩍 고쳤다. 임원 후보인 A씨가 상장 기업체의 임원 경력이 없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대구도시공사 전 고위 간부는 시가 발주한 공사의 입찰 정보를 지역 건축업자들에게 제공하는 등의 대가로 2억원 상당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검찰에 구속됐다. 올 3월에는 인천도시개발공사 간부가 시공사인 SK건설로부터 금품 4000여만원어치를 받은 혐의로 역시 구속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