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림산업의 아파트 브랜드 e편한 세상

지난 1999년 11월. 서울 종로구 수송동 대림산업##본사 회의실에 홍보팀과 광고 대행사 '대홍기획' 직원들이 모여 앉아 새 브랜드(Brand)를 고심 중이었다. 브랜드 후보로는 90년대 후반 인터넷과 정보통신 열풍이 반영된 '넷파트(Netpart)', '인파크'(InPark·Internet + Park), '넷시(Netsi·Net + missi)'가 올라왔다.

브랜드 선정 마감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회의실 내 긴장감은 극도에 달했다. 한 직원이 "정말 브랜드 고민 안 해도 되는 편한 세상에서 살고 싶다"고 이야기하자 회의 참석자들은 일제히 '편한 세상'에 집중하게 됐다. 여기에 당시 정보통신·e비즈니스를 의미하는 e자가 앞에 붙으면서 대림산업의 아파트 브랜드 'e편한세상' 은 탄생하게 됐다.

대우건설 주택 브랜드 푸르지오

◆대우건설 브랜드, '주빈', '디오라마'될 뻔

대형 건설사를 대신하는 또 하나의 이름이 된 아파트 브랜드는 어떻게 탄생하게 됐을까.

대우건설##아파트 브랜드인 '푸르지오(Prugio)'는 '푸르다'와 땅 혹은 대지를 의미하는 지오(Geo)가 합쳐졌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대우아파트의 친환경 철학과 기술력을 잘 표현해 줄 수 있는 브랜드라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당시 푸르지오와 함께 경합을 벌였던 후보로는 내가 내 집에 들어가는 가장 중요한 손님이란 뜻의 '주빈(主賓)'과 집에서 연출되는 드라마라는 뜻의 '디오라마(Diorama)'가 올라왔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주빈은 '빈'자가 들어가서 뭔가 없어 보이고 빈집 같은 느낌이 들어서, 디오라마는 공룡이름 같은 어감 때문에 탈락했다"고 설명했다.

금호산업 건설부문의 주택 브랜드 어울림

금호산업의 건설부문(금호건설)은 지난 2003년 1월 3일부터 2월 19일까지 약 한 달간 그룹임직원 234명과 소비자 400명을 대상으로 선호도를 투표해 브랜드로 '어울림'을 최종 선정했다. 당시 후보에는 Day'G(데이지), 花水木(화수목), Bestium(베스티움),Essay(수필),情(정) 채움 등이 경합을 벌였다.

삼성물산건설 부문은 사내 공모를 통해 '래미안(來美安)'과 '애대미아', '하임(heim)' 등 5개 브랜드가 경합을 벌였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5개 브랜드가 경영위원회에 올라가 최종 CEO의 결정에 따라 래미안이 선정됐다"고 설명했다.

뜻하지 않게 탄생한 브랜드도 있다. 롯데건설은 지난 1999년 서울 서초구 서초동에서 '롯데캐슬 84'를 분양하면서 처음으로 '캐슬(Castle)'이라는 브랜드를 사용했다. 롯데건설 관계자는 "84가구로 소규모 단지인데다가 서초동이 산에 둘러싸여 성(城) 같은 느낌이 들어 캐슬이란 이름을 쓰게 됐다"며 "당시 반응이 좋아 브랜드로 쭉 이어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IMF와 '안목 치수'가 브랜드 시대 열어

건설사들이 아파트에 브랜드를 달게 된 이유는 뭘까. 지난 1997년 몰아닥친 IMF 구제금융이 결정적인 이유라는 것이 업계 분석이다. 대림산업 관계자는 "금융위기 이전에는 분양 공고가 나면 금세 분양되고는 했지만, IMF 이후 급속히 분양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공급이 넘쳐나게 됐다"며 "이로 인해 건설사들은 생존을 위해 차별화를 시작해야 했고 그 몸부림에서 나오게 된 것이 브랜드다"고 설명했다.

롯데캐슬 아파트의 모습

브랜드 아파트가 등장하게 된 제도적 이유로 '안목 치수'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있다. 1998년 이전에는 아파트 면적을 계산할 때 벽체 중심선을 기준으로 했다. 이로 인해 입주자들은 벽의 두께만큼 면적에서 손해를 봤다. 하지만 1998년 주택법이 개정돼 2000년 이후 분양된 아파트들은 실내 벽 안쪽을 기준으로 넓이를 계산하는 안목 치수가 적용됐다.

아파트 입주자들은 평형대 별로 기존보다 적게는 3.3㎡(1평)에서 많게는 16.5㎡(5평)까지 사용할 수 있는 면적이 넓어졌다. 공간이 넓어지자 이 공간을 활용하기 위해 기존의 천편일률적이던 설계가 다양화되기 시작했고 3베이(bay)나 4베이와 같은 새로운 형태의 아파트도 등장하기 시작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주택공간의 차별화 바람에 발맞춰 건설사들은 브랜드를 등장시켰다"고 설명했다.

◆"우리가 최초로 브랜드 사용" 논쟁도

아파트에서 브랜드가 가지는 힘이 커지자 가장 먼저 브랜드를 사용한 곳이 어딘가에 대한 논쟁도 뜨겁다. 대림산업 관계자는 "2000년 2월 e편한세상을 걸고 최초로 아파트를 분양했고, TV광고도 가장 먼저 했기 때문에 우리가 최초 브랜드다"고 설명했다.

삼성중공업의 주택 브랜드 쉐르빌

하지만 삼성물산 측은 "래미안 브랜드는 1999년 10월에 가장 먼저 출원했고 특허청 심사를 거쳐 다음해인 2000년에 등록을 마쳤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아파트 브랜드를 가장 먼저 사용한 것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