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밤 지진으로 일본의 아오모리현 롯카쇼무라(六ヶ所村)의 '사용 후 핵연료(폐연료봉)'재처리 시설이 한때 정전(停電)되자 또 다른 방사능 화약고가 점화한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커졌다. 다행히 외부 전원은 8일 오전 복구됐다. 전문가들은 재처리 시설은 원전보다는 안전하지만, 위험한 방사성 물질을 다루는 점은 같은 만큼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롯카쇼무라 재처리 시설은 원전에서 나오는 폐연료봉에서 우라늄과 플루토늄을 추출해 재활용 원전 연료를 만드는 곳이다. 말하자면 연탄재에서 타지 않은 검은 부분만 뽑아내 다시 연탄을 만드는 식이다. 따라서 원전과 달리 원자로가 없다. 안전 면에서 가장 큰 위험요인이 제거된 것. 한양대 제무성 교수(원자력공학과)는 "롯카쇼무라 재처리 시설은 폐연료봉의 양 등으로 볼 때 원전 10기 정도의 규모지만 위험도는 원전 1기 수준으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문제는 재처리 과정에서 나오는 방사성 물질이다. 재처리 시설에서는 원전에서 10년 정도 냉각을 마친 폐연료봉을 쓴다. 하지만 워낙 많은 양의 폐연료봉을 보관하고 재처리하기 때문에 언제든 방사성 물질 유출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로 1999년 이바라키현 도카이무라(東海村)의 재처리 회사 JCO에서 작업자 3명이 방사선에 피폭돼 이듬해까지 2명이 사망했다. 재처리는 대부분 화학공정이다. 질산으로 폐연료봉 토막을 녹여 액체로 만든 다음, 흡착제로 우라늄과 플루토늄을 따로 분리한다. 당시 작업자가 액체 우라늄을 규정치보다 큰 통에 넣는 바람에 우라늄이 핵분열 연쇄반응을 일으킬 수 있는 임계질량을 넘어버렸다. 그 결과 통이 폭발하고 방사성 물질이 대량 누출됐다.

재처리 시설은 방사성 물질 누출을 막기 위해 1m 두께의 콘크리트 격납고 안에 있다. 작업자는 역시 1m 두께의 납유리를 통해 내부를 보면서 로봇팔로 폐연료봉을 다룬다.

롯카쇼무라 재처리 시설은 2012년부터 연간 800t의 폐연료봉을 처리할 예정이다. 지금은 폐연료봉 대신 우라늄 금속으로 공정을 시험하는 중이다. 플루토늄은 연간 5t 정도 나올 예정이다. 하지만 롯카쇼무라에선 미국과의 원자력협정에 따라 순수 플루토늄 그대로 내보내지는 못한다. 일단 플루토늄과 우라늄을 각각 추출한 뒤 섞어 'MOX'란 원자로 연료 형태로 내보낸다.

도카이무라 재처리 시설은 원자력협정 이전에 가동돼 순수 플루토늄을 추출해 바로 연구용 원자로 연료로 썼다. 현재는 가동 중단 상태지만 1977년부터 2006년까지 1000t 이상의 폐연료봉을 재처리했으니 약 6t의 순수 플루토늄을 추출한 셈이다. 전문가들은 영국, 프랑스에 재처리를 맡긴 양도 상당해 이미 수십t의 플루토늄이 일본에 반입됐을 것으로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