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씨소프트의 3D 지원 게임 '아이온' 캐릭터.

지난 3일 서울 잠실 롯데월드 아이스링크에서 열린 LG전자 ‘시네마 3D 게임 페스티벌’. 구본준 LG전자 부회장은 “(어떻게 하는 건지) 잘 모르겠네”라고 말하면서도 프로게이머 임요환 선수와 박성준 선수가 벌이는 ‘3D 스타크래프트 2’ 대전 중계화면을 뚫어지게 지켜봤다. 3D 안경을 끼고 TV와 모니터를 바라보자 ‘해병’, ‘토르’를 비롯한 육상전 게임 캐릭터들이 마치 화면 안팎을 오가는 듯 보였다. ‘의료선’ 등 비행 유닛들도 정말 허공을 나는 것처럼 느껴졌다.

스타크래프트 시리즈를 개발한 미국 블리자드의 마이크 모하임 최고경영자(CEO)도 전날 행사에 참석했다. 그는 “(3D 게임들이) 정말 흥미롭다”며 “향후 후속작을 개발할 때도 3D 영상 구현을 염두에 두겠다”고 말했다.

지난 2~3일 행사에는 5만여명이 몰려 엔씨소프트, 마이크로소프트(MS), 블리자드가 내놓은 3D 게임을 즐겼다. 국내 3D 콘텐츠 행사 사상 최대 규모다.

LG전자‘시네마 3D 게임 페스티벌’에서 참석자들이 동작인식게임(사진 위부터),스타크래프트2, 자동차경주게임을 3D로 즐기고 있다

◆게임-하드웨어 업체들의 '3D 공세'

3D 게임 시장이 본격적으로 불붙고 있다. 3D 콘텐츠는 2009년 영화 '아바타'의 성공과 함께 영화계에서 먼저 인기가 높아졌다. 최근에는 TV업체와 게임업체들이 3D 게임의 가능성에 주목하고 마케팅과 개발력을 집중하고 있다. 3D 영상을 활용하면 사용자가 게임에 더 집중하게 되고, 다양한 영상 효과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미국 시장조사기관 인사이트 미디어에 따르면 2014년 4000만명이 3D 화면으로 게임을 즐길 전망이다.

최근 3D 게임의 성장세는 괄목할 만하다. 먼저 움직인 것은 게임업체들이다. 닌텐도는 지난 2월 3D 안경을 쓰지 않고도 입체 게임을 즐길 수 있는 게임기 '닌텐도 3DS'를 출시했다. MS는 LG전자와 손을 잡고 3D TV와 게임기 X박스용 3D 콘텐츠를 판매한다.

하드웨어 업체들도 뒤를 받치고 있다. LG전자는 MS 외에도 블리자드, 엔씨소프트와 손잡고 게임마케팅에 적극 나섰다. '시네마 게임 3D 페스티벌'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LG전자는 또 방송소프트웨어업체 그래텍이 주최하는 스타크래프트2 게임 대회를 후원하고, 전국 5대 도시 LG 매장에서 '3D 스타크래프트2' 게임을 체험하는 기회를 제공한다.

소니 역시 지난해부터 모든 플레이스테이션3 게임에 3D 기능을 지원하도록 했다. 또 TV 마케팅에 3D 게임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미국의 그래픽 카드업체 엔비디아는 에픽게임스 등 게임업체와 손잡고 자사의 3D 기술(3D 비전) 보급에 나섰다. 국내 3D 영상 전문업체 스테레오픽쳐스의 성영석 사장은 "3D 기능을 적절하게 활용하면 머리가 어지럽지 않은 상태에서 2D 게임보다 훨씬 생생하게 게임을 즐길 수 있다"고 말했다.

3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 아이스링크에서 열린‘시네마 3D 게임 페스티벌’에 참석한 관객들이 프로게이머들의 스타크래프트2 대전을 관람하고 있다.

◆2014년 3D 게임기 판매 1000만대 돌파

게임업계는 지난해 초만 해도 3D 게임의 대중화에 대해 반신반의하는 분위기였다. 게임 자체는 디지털 방식이어서 별도로 제작하지 않아도 TV나 PC에서 입체영상으로 변환할 수 있다. 하지만 TV, 그래픽카드, 3D 안경, 모니터 등은 3D 기능을 지원하는 기기를 추가로 사야 한다.

이 중 가장 저렴하다는 셔터방식의 3D 안경만 해도 10만~20만원에 달했다. 그러나 최근 1만~2만원대의 편광방식 3D 안경이 등장했다. 3D TV와 게임기 가격도 떨어지면서 3D 게임에 대한 관심이 크게 늘었다.

닌텐도 3DS는 일본에서 첫 출하량이 40만대가 넘었다. 미국 시장조사기관 인스탯(In-stat)은 3D게임기 시장이 2014년까지 1100만대 규모로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주요 게임업체들은 3D 게임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소니와 마이크로소프트는 '킬존', '헤일로' 등 각자의 대표작을 3D 게임으로 다시 제작하고 있다. 기존 게임도 어느 정도 3D 효과를 낼 수 있지만, 입체 기능을 강화한 특별판을 따로 만드는 것이다. 특히 소니는 올해 3D 게임만 30여편을 낼 전망이다.

총쏘기 게임 '레인보우 식스' 등 히트작을 개발한 유비소프트는 내년 출시할 게임 중 50%를 3D 게임으로 내겠다고 밝혔다. 이 회사의 입스 길모(Guillemot) 대표는 "향후 3D 기술력을 적용한 흥행작을 먼저 내는 기업이 업계를 선도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