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의 아이패드가 독주하던 태블릿PC 시장에 대(大)추격전이 시작됐다. 작년에 아이패드와 갤럭시탭의 1차 전쟁이 벌어졌다면 올해 2차 전쟁은 아이패드2에 다른 업체들이 대거 도전하는 형국이다.
시장조사업체 IDC는 올해 태블릿PC 시장 규모가 전 세계적으로 5000만대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작년보다 3배가 넘게 늘었다. 이 시장을 두고 '골리앗' 애플과 삼성전자·LG전자·모토로라모빌리티 등 '다윗' 군단이 맞붙는다. 블랙베리로 스마트폰을 휩쓸었던 리서치인모션(RIM), PC 시장의 강자 휴렛패커드(HP) 등도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고 있다.
◆애플 499달러 가격파괴로 선제 공격
서전(序戰)의 포성은 애플이 울렸다. 애플은 지난달 2일 아이패드2를 발표했다. 두께 8.8㎜, 무게 590g으로 휴대성을 높였다. 성능도 강화했다. CPU(중앙처리장치), 카메라, 심지어는 커버까지 모든 면에서 기존 모델을 훌쩍 넘어섰다. 하지만 가격은 최저 499달러로 예전 그대로였다. 경쟁사 관계자들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
특히 모토로라는 아이패드2의 공격에 바로 타격을 입었다. 모토로라는 지난 2월 아이패드2와 비슷한 성능의 '줌(Xoom)'을 599달러에 선보였다. 뒤늦게 가격을 549달러로 내렸지만, 시장의 반응은 미지근하다. HD(고화질) 동영상을 찍고 편집할 수 있는 고성능 태블릿 PC지만, 애플의 저가(低價) 공세에 맥을 못 추고 있다.
삼성전자는 아이패드2와 경쟁할 만한 제품을 내놓았다. 지난달 21일 화면 크기가 각각 10.1인치인 '갤럭시탭 10.1'과, 8.9인치인 '갤럭시탭 8.9'를 발표했다. 두 제품 모두 아이패드2보다 얇은 8.6㎜ 두께를 자랑한다. 가격은 499달러로 아이패드2와 동일하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제조기술이든, 가격이든 애플에 지지 않겠다는 의지가 담겼다"고 했다.
하지만 삼성도 상처가 남았다. 부랴부랴 두께를 줄이느라, 이미 제작해 놓았던 예전 금형을 폐기하고 새로 만들었다. 이 때문에 갤럭시탭 10.1의 출시 일정은 1달 이상 뒤로 밀렸다.
LG전자도 애플에 반격할 제품을 준비하느라 여념이 없다. LG전자는 8.9인치급 '옵티머스 패드'를 일본에 먼저 출시하고 새 태블릿 PC를 준비 중이다. LG전자 관계자는 "3D 기능을 강화한 새로운 태블릿PC를 선보이겠다"고 말했다.
◆삼성· LG · 모토로라 등 반격 …신제품 잇따라 출시
지난해 태블릿PC 시장은 제조사마다 모델별 특성이 차이 났다. 예를 들어 아이패드와 갤럭시탭은 크기·무게·운영체제 등 모든 면에서 달랐다. 하지만 올해는 모든 회사의 제품이 비슷하다. 화면 크기는 대개 8~10인치에 CPU는 1㎓(기가헤르츠) 듀얼코어 프로세서를 탑재했다. 앞뒷면에 배치한 카메라 성능도 비슷하다.
그 결과 각 회사의 전력(戰力)은 휴대성과 미세한 가격 차이로 크게 달라지게 됐다. 제원상으로 볼 때 휴대성에서 가장 앞선 것으로 평가되는 모델은 삼성 '갤럽시탭 8.9'다. 기본 모델 가격은 469달러로, 아이패드2보다 30달러 싸다. '갤럭시탭 10.1'이 그 뒤를 잇고, 바로 뒤가 아이패드2다. 옵티머스 패드, 모토로라 줌은 상대적으로 무겁다.
그러나 애플은 콘텐츠에서 경쟁사가 따라오기 힘들 정도로 대단한 강점을 갖고 있다. 애플은 지난해 4월 아이패드를 발표한 이후 차곡차곡 앱 생태계를 만들어왔다. 그에 비해 삼성전자 등 안드로이드 진영은 이제 막 걸음마를 뗀 상황이다. 앱 개수는 아이패드 6만5000개 대 안드로이드 100개로 큰 차이가 난다. 다만 국내에서는 이 차이가 상대적으로 줄어들 수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국내 콘텐츠를 직접 계약해 공급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현 시점에서 일반적인 소비자들은 아이패드2를 선호할 것으로 보인다. 아직 출시 전인 갤럭시탭을 제외하면 가격과 콘텐츠에서 다른 모델보다 앞서기 때문이다. 태블릿PC를 만드는 제조기술 자체가 빠르게 변하고 있기 때문에 '추격자'들이 판세를 뒤집을 가능성도 있다. 태블릿PC는 한 번 사면 2년 정도는 써야 하는 제품이다. 업체들의 경쟁 판도를 지켜보다가 올 하반기에 승자가 된 제품을 구매하는 것도 방법이다. 태블릿PC 업체들의 경쟁이 하반기에는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