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의 여파가 우주의 기원을 찾는 과학연구에까지 미치고 있다. 원전에서 누출된 방사성 물질이 태평양 건너 미국의 우주 입자 검출 장치를 방해한 것이다.

지난달 25일 미국 워싱턴대 마이클 밀러 교수는 대학의 환기장치에서 후쿠시마 원전에서 날아온 방사성 물질인 요오드 131과 세슘 137을 검출했다. 밀러 교수는 국제학술지인 '네이처'에 "방사성 물질은 건강에 이무런 영향이 없는 극미량이었지만, 과학실험에는 결정적인 타격을 입힐 수 있다"고 밝혔다.

밀러 교수는 지하 깊은 곳에 중성미자(中性微子·neutrino)를 검출하는 장치를 만들고 있다. 물질의 기본입자인 중성미자는 우주의 기원을 알려줄 단서로 꼽히고 있지만, 어떤 물질과도 반응하지 않고 지나가버려 검출이 어렵다. 과학자들은 지하 깊은 곳에 거대한 물탱크나 초대형 결정체를 두고 기다리면서, 수백조개의 중성미자 중 하나쯤 물이나 결정 분자에 부딪힐 때 나오는 전자로 중성미자의 존재를 확인하고 있다.

밀러 교수는 "중성미자 검출 장치에 방사성 물질이 끼어들면 일종의 재앙"이라고 했다. 방사성 물질이 순간적으로 내뿜는 강력한 에너지가 중성미자의 미미한 신호를 가려버리기 때문이다. 건설비만 수백억~수천억원에 거대 실험장치가 한순간에 무용지물이 되는 것이다.

연구진은 공기정화시스템을 보강하는 한편, 방사성 물질 감시도 강화하고 있다. 미국의 다른 중성미자 연구소들도 지하 검출장치에 방사성 물질이 들어가지 않도록 외부 공기 차단 등 다양한 조치를 서두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