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의견 거절로 상장폐지 위기에 몰린 기업에 투자했던 주주들이 해당 기업들로부터도 냉대를 받고 있다. 투자한 주식이 한순간에 휴짓조각이 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주주총회를 찾기도 하지만 막상 회사 측은 '확인할 수 없다', '잘 모르겠다'는 말만 되풀이하며 투자자들에게 또 한 번의 상처를 주고 있다.
얼마 전 감사의견이 '적정'에서 '의견거절'로 바뀌면서 상장폐지 위기에 봉착한 제일창업투자의 주주총회는 회사 측이 상장폐지 사유로 거론된 사안에 대한 공개를 끝까지 거부하면서 결국 파행으로 끝이 났다. 주주들은 의견거절의 빌미가 된 174억원 규모의 약정투자 확인서를 공개하라고 요구했으나 회사 측은 "약정투자 확인서를 공개해야 할 의무가 없다"며 공개를 거부했다.
또 다른 상장폐지 실질심사 대상 기업인 씨모텍의 주주총회는 속전속결로 30분 만에 끝이 났다. 최대주주의 횡령 가능성과 함께 대표이사의 사망에 관한 주주들의 질문이 이어졌지만 회사 측은 "현재로서 확인된 내용이 없다", "확인해줄 수 없다"는 말만 되풀이하며 주주총회 연기를 선언했다. 회사 관계자들이 떠나고 나서 분을 삭이지 못한 몇몇 주주들은 한동안 주주총회장에 머물기도 했다.
상장폐지가 확정된 중앙디자인은 투자자들이 회사를 포기하면서 주주총회가 오히려 조용히 끝난 경우다. 중앙디자인은 지난달 관리종목으로 지정되면서 파행을 겪을 것으로 예상됐으나 회생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한 주주들이 이의 제기를 하지 않으면서 재무제표 상정, 이사ㆍ감사 선임 등의 안건이 불과 10분 만에 통과됐다. 회사 관계자는 "주주들이 포기한 듯 담담한 모습을 보였다"고 전했다.
한 기업의 주주총회에 참석했던 소액주주 A씨는 "주주들의 질문에 모르쇠로 일관할 거면서 주주총회를 왜 개최하는지 모르겠다"며 "회사가 이 지경이 된 이유에 대해 조금이라도 설명을 하는 성의를 보여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또 다른 기업의 소액주주인 B씨도 "일반 주주들을 생각해서라도 회사 측이 어떻게든 퇴출을 막도록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데 그럴 의지가 있는지도 의문"이라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