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가 회복세를 보이고 기업들의 유동성이 풍부해지면서 국내 기업 인수·합병(M&A) 시장이 달아오르고 있다.
지난해에는 증시가 활황세를 보이며 주가가 큰 폭으로 올라 기업 매물이 나와도 M&A에 적극 나서지 못했지만, 최근에는 일본 대지진과 중동 정정 불안 등으로 증시가 조정을 보이자 조금 더 싼 가격에 기업을 인수하려는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또 신사업 육성이 기업들의 화두로 부상하면서 새로운 사업 기회를 찾으려는 기업도 늘어나고 있다.
M&A업계에 따르면 최근 대한통운·SRS코리아(버거킹·KFC 운영회사)·톰보이·노비타·킴스클럽마트·델파이·하이닉스가 매물로 나왔다. 하반기에는 2008년 매각에 실패했던 쌍용건설의 M&A도 본격화될 전망이다.
현대건설·대선주조·충북소주·무주리조트는 최근 우선협상자가 선정돼 매각 작업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베인& 컴퍼니 최원표 상무는 "작년엔 매수자와 매도자의 호가 공백이 커서 서로 기다리는 입장이었지만, 올해는 매수자가 M&A에 좀 더 공격적으로 나서면서 M&A가 많이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 M&A 시장 규모는 2008~2010년을 훨씬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롯데·포스코·신세계가 가장 적극적
최근 들어 롯데·포스코·신세계 등 대기업들이 M&A 시장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이달 4일 입찰의향서(LOI)를 접수한 대한통운 매각에는 포스코·롯데·CJ가 참여 의사를 밝혔다.
롯데는 충북소주를 350억원에 인수한 데 이어, 부산 소주업체인 대선주조 매각에도 참여했다. 롯데는 최근 이랜드그룹이 매각을 추진 중인 킴스클럽마트 입찰에도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숨 고르기에 들어갔던 두산그룹도 비핵심 사업 정리와 M&A 작업을 재개하고 있다.
M&A컨설팅업체인 네모파트너스의 박재용 부사장은 "지난해 M&A 시장이 침체돼 있었으나 올 들어 M&A 컨설팅 문의가 늘어나고 있다"며 "매도 측에서는 기업들이 '선택과 집중'을 중시하면서 비핵심사업을 매물로 쏟아내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2009년 오비맥주를 인수한, 세계 2대 사모펀드인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는 최근 딜로이트안진회계법인과 세무 자문 계약을 체결했다. 업계는 오비맥주 매각을 위한 사전 작업의 성격이 짙은 것으로 보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올 1분기 M&A 금액과 건수는 예년보다 저조하다.〈그래프 참조〉 그러나 블룸버그 집계는 인수·합병 계약이 완료된 시점을 기준으로 삼는다. 통상 M&A가 우선협상자 선정 후 실사를 거쳐 대금 납부까지 4~5개월이 걸리는 것을 감안하면, 블룸버그의 1분기 수치는 우선협상자로 선정된 시기가 지난해 하반기인 셈이다. 최근 추진되는 M&A는 올 하반기 이후에나 통계에 반영될 전망이다.
◆중소 사모펀드, 중견기업 인수 러시
최근 M&A 시장에서 가장 눈에 띄는 플레이어 중 하나는 중소 사모펀드(Private Equity Fund·PEF)이다. 이들은 1000억원 미만의 M&A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정책금융공사와 국민연금을 비롯한 연금·기금이 정부의 신성장동력 정책에 부응해 지난해 사모펀드를 대거 설립했기 때문이다. 이들 사모펀드는 펀드 규약에 따라 3~4년 이내에 투자금을 집행해야 하기 때문에 최근 공격적으로 M&A에 나서고 있다. 아직 실적이 전혀 없는 사모펀드는 초조감을 보이기도 한다.정책금융공사의 돈을 받아 조성된 사모펀드는 모두 14개이며, 펀드 규모는 총 3조원이 넘는다.
산은캐피탈과 JKL파트너스가 운용을 맡은 'KoFc KDBL-JKL프론티어챔프 2010-1호'는 올 초 발전소용 물처리 시설 생산업체인 한국정수공업의 경영권을 인수했다. 72%의 지분을 600억원에 사들였다. 맥쿼리코리아오퍼튜니티즈가 운용하는 'KoFc맥쿼리그로쓰챔프2010-1호'는 물류업체 동북화학의 지분 100%를 1000억원에 인수했다.
◆저축은행 M&A, 4월에 큰 장 선다
지난달 영업이 정지된 부산·대전·부산2·중앙부산·전주·보해·도민 등 7개 저축은행 대부분이 이르면 4월 초 M&A 시장에 매물로 나올 전망이다. 조만간 마무리되는 예금보험공사와 금융감독원의 현장 실사 결과 자산가치가 마이너스로 나온 저축은행 중에서도 매물이 나올 수 있다. 구조조정이나 대주주 유상증자 를 통해 정상화하지 못하면 예금보험공사가 제3자 매각에 나서기 때문이다. 예금보험공사는 예나래저축은행과 예쓰저축은행을 이미 매물로 내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