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모 에렉투스의 일종으로 분석된 '자바원인'

'타잔'은 없고 침팬지 '치타'에게는 있는 것은?

답은 은밀한 부위에 있다. 성기(性器)를 보면 침팬지 수컷은 인간 남성과 달리 안쪽에는 뼈가, 바깥쪽 끝에는 가시 모양 돌기가 있다. 인간과 침팬지의 차이는 DNA 배열로 보면 2%도 안 된다. 그런데도 왜 그토록 중요한 부위가 달라졌을까.

먼저 남성 성기에서 뼈가 사라진 것은 배우자의 성선택(性選擇)으로 설명된다. 인간은 피가 스펀지 모양의 해면체에 몰리면서 성기가 발기를 하지만, 침팬지는 뼈가 있어 팔다리처럼 근육의 힘으로 발기한다. 세계적인 진화생물학자 리처드 도킨스(Dawkins)는 2006년 "인간의 짝짓기에서 남성이 발기가 잘되면 혈액순환 등 전반적인 신체상태가 좋다는 의미가 돼 배우자를 얻는 데 유리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침팬지 입장에서는 좀 더 다른 성기가 필요하다. 인간은 배우자 한명과 오랫동안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지만, 침팬지는 발정기에 집중적으로 짝짓기를 한다. 이 때 수컷은 암컷들의 발정기에 가능한 한 많은 암컷과 짝짓기를 해서 자신의 유전자를 더 많이 퍼뜨리려고 한다. 뼈가 있는 성기는 이 기간동안 언제든 짝짓기를 할 수 있도록 성기가 쉽게 발기할 수 있게 해준다고 진화생물학자들은 설명한다.

인간과 침팬지 성기의 차이는 DNA로도 설명된다. 침팬지 수컷의 성기 끝에는 인간에게 없는 가시 모양의 돌기들이 나있다. DNA를 분석해 보니 차이는 한 개의 유전자, 그것도 정보를 담지 않고 있는 극히 일부분에서 비롯된 것으로 밝혀졌다.

미 스탠퍼드대 연구진은 10일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 "남성 호르몬을 만드는 유전자에 붙어 있는 DNA 조각이 인간에게서 사라지면서 남성 성기의 가시 조직과 생쥐처럼 감각을 느끼는 수염이 사라진 것"이라고 밝혔다. 침팬지의 성기 돌기나 생쥐 수염은 둘 다 손톱처럼 케라틴 조직으로 돼 있다.

연구진은 인간과 다른 동물의 DNA에서 정보를 담지 않고 조절작용만 하는 부분을 비교 분석했다. 그 결과 침팬지나 생쥐 같은 다른 동물에는 있지만 인간에는 없는 510개의 DNA 조각들이 드러났다. 그 중 하나가 인간과 침팬지의 성기 모양을 다르게 한 것이다.

필립 레노(Reno) 교수 역시 이런 변화의 근본 원인을 짝짓기 행동 차이로 본다. 침팬지 사회에서는 한 수컷이 운 좋게 암컷을 차지해도 경쟁자 때문에 가능한 한 빨리 짝짓기를 마쳐야 한다. 이 때 수컷 침팬지의 성기 끝에 있는 가시 조직은 생쥐의 기다란 수염과 마찬가지로 일종의 감각기관 역할을 한다. 덕분에 수컷은 감각이 예민해져서 사정(射精)을 빨리한다는 것. 가시는 다른 수컷이 뿌린 정자를 뽑아내는 역할도 한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이에 비해 인간사회에서는 일부일처체(一夫一妻制)가 발달하면서 배우자와의 교감이 중요해졌다. 연구진은 "남성 성기의 가시 조직이 사라지면서 사랑을 오랫동안 나눌 수 있게 됐고, 이것이 나중에 아이들을 잘 키우는 데 유리한 부부간 유대감을 강화시켰다"고 설명했다.

화석 DNA를 분석한 결과 현생 인류의 조상인 호모 사피엔스 이전에 살았던 네안데르탈인에서 벌써 이 DNA 조각이 사라져 있었다. 이를 근거로 연구진은 가시 소실 시기를 인간이 침팬지와 갈라져 나온 700만년에서 현생 인류의 조상이 네안데르탈인과 분리된 80만년 전 사이로 추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