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오전, 일본 도쿄 가스미가세키(霞が?)의 경찰청에서 이른 아침부터 출근한 경찰 간부들이 초조한 표정으로 후쿠시마 제1 원자력발전소로부터의 보고를 기다렸다. 오전 9시 49분부터 자위대 헬기의 살수(撒水·물뿌리기) 작전이 시작됐다는 보고가 들어왔다.
도쿄의 경찰 수뇌부가 '작전 개시' 명령을 내리자, 240km 떨어진 후쿠시마 제1 원자력발전소 인근에서 대기하고 있던 경찰 기동대 십여명이 고압 살수 차량에 나눠타고 망설임 없이 원전으로 향했다. 상황을 보고받던 경찰 간부는 쥐어짜는 목소리로 "확실히… 결사대다"라고 중얼거렸다.
이날 새벽, 후쿠시마 제1 원전의 3호기에서는 '사용 후 핵연료봉'이 들어있던 수조(pool)의 냉각 기능이 중단되면서 핵연료봉과 맞닿아있던 냉각수가 증발하는 것으로 관측됐으며, 15·16일 원자로 건물에서 잇달아 화재가 발생한 4호기 역시 냉각수 온도가 상승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두 원자로 모두 이 상태가 지속되면 연료가 녹아 방사성 물질이 외부로 대량 유출될 우려가 있다. 앞서 9시49분 공중 살수에 나섰던 자위대 헬기는 10분여 만에 피폭을 우려해 작업을 중단했다.
결사대의 임무는 방사성 증기가 뿜어져 나오는 원자로 50m 거리까지 접근, 외벽의 깨어진 틈으로 정확히 물을 주입해 넣는 것이었다. 과격 시위 진압 등에 사용되는 고압 살수차는 80m 거리까지 물을 쏠 수 있다. 4t의 물을 2분에 걸쳐 발사한다.
하지만 원자로 주변에서는 시간당 400밀리시버트의 방사선이 관측되고 있다. 이는 일반인들이 1년간 노출되는 방사선량의 수백 배에 해당한다.
원래 원전 운영 주체인 도쿄 전력은 전날인 16일 경찰에 "살수차만 빌려달라"고 했다가, 이후 다시 "조종도 경찰이 해주면 안되겠느냐"고 요청해왔다. 사태가 긴박하게 돌아가는 상황이었던만큼 경찰로서도 기동대원 수십명으로 결사대를 꾸려 후쿠시마에 파견할 수 밖에 없었다.
경찰 기동대에는 방호복이 지급됐지만, 이 역시 어떤 때에는 작업 시간을 15분을 넘기지 못할 정도로 현장의 상황은 급박하다. 대원들은 조를 나눠 10여분씩 교대로 살수차를 조종하고, 현장을 벗어나는 방식을 되풀이하고 있다.
앞서 공중 살수에 나섰던 자위대 살수 헬기 2대는 인근 바다에서 각각 한 번에 7.5t씩의 바닷물을 공수, 원전 3호기 바로 위에서 투하했다. 자위대는 헬기 1대당 2차례씩 모두 4차례에 걸쳐 30t의 바닷물을 퍼 나른 뒤 10시쯤 철수했다.
그러나 이런 노력이 얼마나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원자로 3호기 건물 내에 있는 수조를 가득 채우려면 약 1400t의 물이 필요하다. 살수차는 한 번에 최대 4t 밖에 물을 실을 수 없으며, 급수와 살수를 동시에 할 수 없다. 물을 다 쏜 뒤 다시 채워와야 한다.
미야자키 케이 오사카대학교 명예 교수(원자력 공학)는, "(전력 공급 중단으로) 냉각수를 순환시킬 수 없는 현재 상태로서는, 수조가 가득 차 있다고 해도 시간당 5t씩을 추가로 넣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