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 정신의 상징처럼 여겨졌던 구글이 무차별적인 벤처 사냥꾼으로 변신했습니다.

구글은 작년 한 해 동안 18억달러(약 2조200억원)를 들여, 미국·영국·캐나다·이스라엘 등 전 세계에서 48개의 모바일·인터넷·반도체 기업을 인수했습니다. 작년 초 에릭 슈미트 구글 CEO가 "한 달에 한 개 정도씩 기업을 인수하겠다"고 공언했었는데, 실제로는 1주일에 약 1개씩 인수한 셈입니다.

최근 구글의 데이비드 라위 부사장은 "올해도 공격적인 인수·합병을 이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과거에 벤처 인수 블랙홀로 불리던 IBM·HP·오라클이 작년 10개 내외를 인수하는 데 그친 것과 비교하면 구글의 식탐은 엄청난 셈입니다.

구글이 벤처 인수에 몸이 달아오른 이유는 더는 구글 내부에서 '구글다운 혁신'이 잘 나오지 않기 때문입니다. 구글도 직원 수 2만4000명의 대기업이 돼 버린 것이지요. 구글의 작년 최대 혁신 제품이었던 '안드로이드'(스마트폰용 운영체계)도 실은 2005년 인수한 '안드로이드'라는 회사의 혁신 기술에서 나온 것입니다.

구글이 주춤하는 사이 벤처 페이스북이 가입자 수 6억명을 돌파하며 경쟁자로 등장했습니다. 페이스북은 작년 미국 인터넷 배너 광고 시장에서 구글을 밀어내고 1위로 올라섰습니다.

하지만 구글의 생각처럼 '돈'만으로 모든 걸 사기는 쉽지 않은가 봅니다. 구글은 온라인 쿠폰 업체 '그루폰(Groupon)'에 60억달러(6조7200억원)라는 거액의 인수가를 제시했지만, 거절당했습니다. 또 작년 7월 7억달러(7800억원)를 주고 온라인 항공 운항 정보 제공업체 ITA소프트웨어를 인수하기로 계약했는데 미국 법무부가 반독점법 위반 혐의로 조사에 나서며 제동을 걸었습니다. 검색 시장의 독과점이 온라인 여행 시장으로 옮겨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