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보험공사가 SLS조선(경남 통영) 등 중소 조선사들의 줄도산으로 1조원에 달하는 보험금(선수금환급보증액·RG) 손실을 초래한 것은 수출 실적 올리기에 급급한 나머지 2007년과 2008년 당시 경영진이 부실 상태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데다 경기 변동에 따른 사후관리 또한 소홀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부실화된 시기인 2007~2008년 당시 사장은 조환익코트라 사장(2007년 5월~2008년 7월)과 유창무 현 사장(2008년 7월~현재)으로 모두 지식경제부 고위 관료 출신이다. 이들은 2일 통화에서 "당시는 조선 시황이 좋아 선박 건조공사가 중단되리라고 생각할 수 없었다"고 같은 내용으로 해명했다.

조선업체들이 배를 적기에 납품하지 못하면 주문한 선박회사는 피해를 볼 수밖에 없으며, 이 피해액은 보증을 선 무역보험공사가 물어줘야 한다. 따라서 보증을 선 공사는 경기 변동에 따른 사후 위험 관리에 적극 나서야 한다.

국내 선박회사는 선주로부터 배를 수주받을 경우 통상적으로 전체 공사대금(배 제작비)의 50~70%를 선(先)수금으로 받는다.

문제가 됐던 중소 조선회사들의 선박 인도시기는 주로 2010~2011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진이 계속됐거나 지속 중인 때다. 작년 한 해 발생한 손실액(선수금환급보증액)만 5000억원에 달했으며 올해에도 5000억원의 추가 손실이 불가피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 시황 너무 낙관

무역보험공사는 2007~2008년 사이에 중소 선박회사들의 보증보험을 적극 받아들였다. 당시만 해도 3만TEU(컨테이너 3만개를 실을 수 있는 선박)급 중소형 선박들은 중국 조선회사들이 '싹쓸이'하던 상황이라 정부에서도 국내 중소 선박회사들의 수주를 지원하기 위해 보증보험을 적극 받아들였다. 그러나 2009년 세계 금융위기가 닥치면서 추가 선박 수주는 급감했고, 자금 조달도 막혔다. 선박회사들이 건조자금을 확보하지 못하면서 결국엔 선박 건조 중단사태에 봉착했다.

중소 선박업체들이 금융위기 이후 건조 중단사태에 빠진 원인 중에는 '돌려막기식 자금 운용'도 한몫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선수금을 선박건조에 쓰지 않고 시설자금 투자 등 다른 목적으로 쓰다가 결국 자금이 바닥나자 보험공사측에 손실을 떠넘겼다는 분석이다.

SLS조선의 경우는 무려 30척에 달하는 배에 대해 지급보증을 받았다. 공사측으로서는 과도한 보증을 했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다. 무역보험공사가 이 한 업체로부터 받은 피해액만 6000억~7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여기에 세광중공업(2600억원), C&중공업(390억원) 등 5~6개 선박업체 관련 피해액을 합치면 1조원에 육박했다.

뒤늦게 리스크 관리 강화

무역보험공사측은 "보증보험의 위험도를 크게 낮출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5월까지 내놓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공사측은 "중소 조선업체 관련 피해액은 총 1조원에 달하지만 작년에도 보험료 수입이 4800억원에 달해 전체적으로 작년 보험수지 적자 규모는 1958억원에 그쳤다"고 말했다.

●무역보험공사는… 수출기업 손해 보전하는 보험 업무 담당

한국무역보험공사(K-sure)는 우리나라 수출 기업이 외국의 수입 회사가 파산했거나 수입국의 외환 부족·전쟁 등으로 수출 대금을 받을 수 없게 됐을 때, 수출 기업이 입는 손해를 보전해주는 '수출 보험' 업무를 담당한다.

우리 수출기업이 수입회사와 수입국의 위험(리스크)을 신경 쓰지 않고 수출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수출회사로부터 일정한 보험료를 받고, 사고가 발생하면 보험금을 지급한다.

무역보험공사는 내부 규정에 따라 기업의 매출 규모와 재무 건전성을 보고 보증 여부와 보험료를 결정한다. 또 분기별로 지속적인 모니터링(관리·감독)을 통해 해당 기업에 대한 추가 보증 여부를 정하고 보험료를 조정한다. 하지만 2008년 당시에는 중소 조선업체에 통상적인 수준을 넘어선 금액을 보증했다.

무역보험공사는 100% 정부 출연금으로 운영되는 공공기관으로, 2009년 기준 자산 3조122억원, 부채 1조2836억원이다. 지난해 187조원의 국내 기업 수출에 대해 보증이나 무역보험을 들어줬으며, 올해는 190조원을 계획하고 있다.

☞선수금 환급보증(RG·Refund Guarantee)

조선업체가 선박을 제때 건조하지 못하거나 파산했을 경우, 선주로부터 받은 선수금을 은행이 대신 물어주는 지급보증이다. 선주는 RG 발급 확인 후 대금 지급을 시작하고 조선업체는 이 자금으로 원자재를 구매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