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2월 토종 소프트웨어(SW) 기업 한글과컴퓨터(이하 한컴)의 새 사령탑으로 영입된 이홍구 사장이 23일 2011년 사업 전략을 주제로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이 사장은 한컴의 대주주인 소프트포럼(보안업체) 김상철 회장과 함께 한컴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이 사장은 "한컴의 강점인 문서프로그램을 중심으로 사업을 확장하겠다"고 말했다. 본업(문서프로그램)은 소홀히 한 채 PC방, 온라인비디오 사업 등에 한눈을 팔다 경쟁력을 갉아먹은 전철을 밟지 않겠다는 것이다.

한컴은 이찬진 현 드림위즈 사장이 지난 1990년 설립해 문서작성 프로그램(워드프로세서) '아래아한글'로 IT업계의 '신데렐라'로 떠오른 기업. 'MS 워드' 같은 외산 일색인 국내 소프트웨어 시장에서 토종기업의 자존심을 지켰으나, 지난 10여년간 9번이나 주인이 바뀌고 임원진들이 횡령사건을 일으켜 구속되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다. 이 사장의 임무는 이런 한컴을 제대로 된 회사로 만드는 것. 대주주이자 공동대표인 김 회장은 "모든 경영을 전문경영인인 이 사장에게 맡기겠다"고 말했다.

이홍구 한글과컴퓨터 신임 대표가 23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올해 사업전략과 매출 목표를 설명하고 있다.

이 사장은 "한컴의 핵심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주력 제품인 '한컴 오피스 프리미엄' 신제품을 출시하고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에서 사용하는 사무용 프로그램 '씽크프리' 보급에도 박차를 가하겠다"고 말했다. 한컴의 문서프로그램은 국산 소프트웨어 장려정책 등에 힘입어 정부와 공공기관에서 탄탄한 수요를 갖고 있다. 하지만 일반 기업에서는 문서작성·표 계산·프레젠테이션 기능을 하나로 묶은 'MS오피스'의 파상적인 공세에 계속 밀리는 추세다.

이 사장은 한컴에 영입되기 직전 세계적 컴퓨터회사인 델의 한국지사장을 역임했다. 30년 동안 외국계에서 경력을 쌓은 IT업계의 베테랑이다. 그는 "그동안 한컴이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는 비판을 받아왔지만, 제 이름 석 자를 걸고 이번에는 반드시 약속을 지킬 것"이라며 "매출 목표보다 더 중요한 것은 시장과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한컴은 정품 소프트웨어를 사지 않고 불법 복제품이 판을 치는 현실에다 무분별한 사업확장의 여파까지 겹쳐 경영난을 겪었다. 이후 메디슨, 프라임그룹 등에 인수됐으나 모기업이 어려움을 겪으며 한컴도 기업 인수합병(M&A)꾼들의 손을 스쳐갔다. 또 회사 임원들의 횡령 사건들이 터지면서 '불량기업'으로 낙인찍히기도 했다. 한컴은 그때마다 경영을 정상화하고 투명 경영을 실천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약속을 지키겠다는 것이다.

작년 9월 컨소시엄을 구성해 한컴의 9번째 주인이 된 소프트포럼 김 회장도 이날 간담회에서 "한컴이 더이상 M&A를 당하지 않도록 하겠다"며 "분기별로 회사 경영상황을 대외에 알리고 임원진이 회사 돈은 일절 외부로 유출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