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에서 대기업과 함께 신성장동력과 녹색산업을 발굴 육성하는 PEF(사모투자펀드)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일부 대기업들이 PEF설립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A 연기금 한 관계자는 "GS와 KT, SK그룹 등이 PEF설립을 위해 검토하고 있다"며 "이미 지난해부터 펀드 설립과 관련해 다각적인 논의를 준비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대기업들이 PEF설립을 준비하는 이유는 뭘까. 표면적으로는 현 정부의 정책 방향인 녹색산업, 신성장동력 육성, 해외기업 인수 등 미래의 먹거리 발굴이라는 공익적인 측면과 투자로 수익도 거둘 수 있는 일거양득(一擧兩得)의 효과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M&A(인수·합병) 시기에 인수 비용을 줄이는 등 리스크를 헤지(위험회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PEF를 활용하는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 M&A 리스크 헤지 수단 활용 우려

가령 ‘A’라는 해외기업을 인수하기 위해 필요한 인수자금이 약 1000억원이 들어갈 경우 PEF로 인수하게 되면 인수자금과 자금조달 비용을 대폭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PEF 설립시기에 대기업이 절반 국민연금이나 연기금에서 절반가량 비용을 조달하게 되면 500억원이면 해당 회사의 경영권이 확보하기 되기 때문이다.

여기에 인수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채권발행이나 금융기관 대출을 하는 것보다 펀드로 조달하게 되면 자금 조달 비용도 PEF 운용사에 대한 운용보수 2%가량을 제외하면 거의 비용이 들지 않는다는 계산이 나온다. 만약 인수한 기업이 망하거나 실패했을 경우에도 펀드로 투자한 만큼인 500억원 만큼만 손실이 발생하게 된다.

또 이전에 대기업들이 만들었던 PEF의 경우 그룹 내 계열사 투자가 대부분이다. 현대차그룹에서 지난 2009년에 출자한 '오가닉그로스PEF'는 계열사의 메자닌(CB·BW) 자산에 투자하는 구조로 돼 있다. 투자한 자산이 주식으로 전환되면 PEF가 투자한 지분이 회사의 우호지분으로 활용될 수 있으며, 향후 상장 시점에 차익을 얻을 수 있다.

A PEF 관계자는 “기업의 사적인 용도로 PEF가 활용될 가능성이 큰 것이 사실”이라며 “이 같은 부분에 대한 안전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대기업의 경우 선순위 LP(유한책임사원·펀드투자자)가 아닌 후순위 LP로 참여해 PEF가 운용상 문제가 발생할 경우 가장 마지막에 원금을 돌려받게 되는 등의 투자 구조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투자 수익이 발생한다면 대기업 이외에도 PEF에 투자한 국민연금 등 기관에도 이익의 절반이 돌아가게 된다.

◆ PEF 운용사는 허수아비?

PEF 운용의 전권은 운용사인 GP(무한책임사원·펀드운용사)가 갖게 된다. PEF가 특정회사를 인수하더라도 의결권 등 해당 회사의 경영권을 갖는 구조다. 하지만 LP인 대기업이 출자할 경우 PEF운용의 독립성이 훼손될 가능성이 크다. LP인 대기업이 투자처를 직접 발굴하는 등 PEF 운용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할 가능성이 크다는 설명이다.

이 경우 GP의 도덕적 해이도 우려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GP가 형식적인 얼굴마담 역할만 하고 실제 운용은 LP인 대기업이 할 경우 운용보수만 받아챙기기 때문이다. GP 입장에서는 PEF 운용을 하지 않고 이름만 빌려주고 보수를 챙기게 되는 셈이다.

증권사 계열 PEF 운용팀장은 “이름만 빌려주는 역할로 돈을 받아 챙기는 일이 생길 수 있다”며 “대기업의 주도적 투자자로 나설 만큼 대기업의 입김이 없을 수는 없지만, 투자 대상 기업을 찾고 인수회사의 경영을 직접 담당는 실질적인 펀드 운용과 관련해서는 GP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