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기업가치와 수익성에서 환율이 미치는 영향이 점차 줄어들고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LG경제연구원은 13일 '환율과 기업경쟁력' 보고서를 통해 "2000년대 이후 판매시장과 투자지역이 다양하게 바뀌고 외화차입과 선물환 거래 등이 늘면서 환율 변동이 기업가치에 미치는 영향력이 줄었다"고 분석했다.

연구원은 우리 기업들이 해외시장을 적극적으로 개척하면서 판매시장과 투자지역이 다변화된 것이 환율 영향력 감소의 가장 큰 요인이 됐다고 봤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9월말 기준 우리 기업의 해외직접투자 잔액은 1313억달러로 지난 2000년말 215억달러에 비해 6.1배 수준으로 늘었다.

수출지역의 집중 여부를 알 수 있는 '시장집중도지수(수치가 낮을수록 시장이 다양한 것으로 간주됨)'도 지난 2000년 15.8에서 2005년 15.2, 2009년 15.2로 낮아져 수출지역이 다변화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연구원은 "판매시장과 생산지역이 다변화되면 '지역, 통화간 포트폴리오 효과'로 인해 환율의 영향이 줄어든다"며 "이는 특정 통화에서 발생한 손실을 다른 통화의 이익으로 회복할 여지가 커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우리 기업들이 외화차입과 선물환거래의 비중을 늘린 점도 환율 영향력 감소의 요인으로 꼽혔다. 외화차입 규모는 지난해 9월말 기준 1473억달러로 지난 2000년말 610억달러보다 약 2.4배 증가했다. 수출입거래에서 환 위험을 막기 위해 사용하는 선물환 순매도 금액도 꾸준히 증가했다.

연구원은 "달러에 대한 원화 환율이 오르면 수출금액이 늘어 이익이 증가하지만 외화차입과 선물환거래에서 손실이 발생해 결과적으로 환율이 영향이 줄어드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박상수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과거에 비해 환율이 영향력이 줄어 향후 환율 하락(원화가치 상승)의 충격이 예전보다 덜할 수 있다"며 "기업들이 본질적인 경쟁력 강화에 매진함으로써 환율 충격을 상당부분 흡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아울러 "판매지역과 생산지역이 다변화돼 달러대비 원화 환율 등 특정통화의 영향력도 줄었다"며 "달러 뿐만 아니라 다른 여러 나라의 통화들의 변동 움직임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