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체를 이완시키고 마음을 가라앉히는 자기 수련 기법으로는 명상이 손꼽힌다. 명상 수행은 한때 동양의 신비주의로 폄하되었지만 서양의 현대과학에 의해 인체에 미치는 긍정적 효과가 대단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1967년 하버드의대 허버트 벤슨은 초월명상(TM) 수행자들의 신체에서 생리적 변화가 발생한다는 놀라운 사실을 밝혀냈다. 이를 계기로 명상이 인지·정서·건강·행동에 미치는 영향을 과학적으로 검증하는 연구가 활발히 추진됐다.

명상 수행법은 한두 가지가 아니지만 과학자의 관심을 끄는 것은 두 종류이다. 하나는 주의집중명상(focused attention meditation)이다. 좌선하는 자세로 눈을 감고 호흡에 집중하여 온갖 상념과 근심을 떨쳐버린다. 다른 하나는 지각명상(mindfulness meditation)이다. 주의집중명상이 호흡에 집중하고 잡념을 무시하려는 데 비해 지각명상은 떠오르는 모든 생각이나 느낌을 배척하지 않고 주의를 기울인다.

2007년 미국 캘리포니아대 신경과학자 클리퍼드 새런은 하루에 5시간 이상 3개월 동안 주의집중명상을 하는 60명을 대상으로 인지와 정서 기능에 나타나는 변화를 관찰했다. 2010년 심리과학(Psychological Science) 6월호에 발표된 첫 번째 연구 결과에서 명상이 인지 능력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고 보고했다. 우선 집중력과 기억력을 향상시키고 일상생활에서 학습 또는 의사 결정하는 속도를 끌어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새런은 두 번째 연구 논문에서 명상이 정서 기능에도 긍정적 효과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고했다. 명상을 하면 매사에 걱정을 덜 하게 되고 감정을 잘 다스릴 수 있게 된다. 정서적으로 덜 민감해지기 때문에 스트레스를 잘 견뎌낼 수 있다는 것이다.

새런의 세 번째 연구 주제는 명상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이다. 규칙적으로 명상을 하면 세포 노화를 억제하는 효소인 텔로머라제(telomerase)의 활동이 상당히 증대하는 것을 밝혀냈다. 만성적인 통증을 완화하고, 이상 식욕 항진증(eating disorder)이나 건선(마른버짐) 치료에 보탬이 되며, 우울증에도 특효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명상 수행은 대인관계 등 사회적 활동에도 긍정적 효과가 적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기능성자기공명(fMRI) 장치로 뇌를 들여다본 결과 명상 수행을 오래 한 사람일수록 감정이입이나 동정심에 관련된 부위인 섬피질(insular cortex)과 전두대상피질(ACC)이 활성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요컨대 명상은 타인의 감정을 배려하면서 행동할 줄 아는 능력을 길러준다. 이런 맥락에서 2009년 뇌 안에서 감정이입과 동정심의 뿌리를 찾기 위해 미국 스탠퍼드대에 설립된 연구소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영국 주간 '뉴 사이언티스트' 1월 8일자에 따르면 티베트 지도자인 달라이 라마도 설립기금을 낸 이 연구소의 목적은 어떤 형태의 명상 수행이 이타적 사랑을 베푸는 능력을 향상시키는지 알아내서 명상기법으로 따뜻한 가슴을 가진 시민을 양성하는 데 있다.

명상 수행은 누구나 언제 어느 곳에서든지 할 수 있다. 명상이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만들고 사회생활에도 도움이 된다면 당장 관심을 갖지 못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