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1000억원 '매물폭탄'을 내던진 외국인 매도세에 코스피 지수가 올해 최저치로 떨어졌다. 외국인은 10일 1조1000억원 순매도했다. 작년 11월 11일 도이치증권의 매물폭탄 사건 이후 사상 최대 규모의 매도세다.
신흥국이 긴축 조치를 강화하며 외국인 투자자의 시선은 미국 등 선진국으로 향하고 있다. 미국 경제가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주식 시장이 강세를 보이자 긴축 모드에 들어간 신흥국의 투자 매력이 떨어진 것이다. 또 2월 옵션만기일에 따른 부담감이 작용했고, 하루 앞으로 다가온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인상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되며 외국인 매도 폭이 커졌다.
◆ 외국인, 긴축에 놀라 '바이(bye) 신흥국'
이날 외국인이 대거 매도하는 것은 긴축 기조를 강화하는 신흥국과 빠른 경제 회복세를 보이는 선진국 사이에서 글로벌 자금이 이동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지난 8일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했다. 춘절 이후 물가 상승에 대한 선제적인 조치로 풀이된다. 11일 열리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도 기준금리를 인상할 수 있다는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기준금리가 인상되면 시중 유동성이 줄어들어 주식 시장에 악재로 작용한다.
JP모간은 "물가 상승 압력이 높아지며 신흥국 주식 시장에 투자 매력이 줄어든 반면, 미국 등 선진국 경제는 빠르게 회복되고 있어 글로벌 자금이 신흥시장을 빠져나와 선진국 시장으로 들어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차익 실현 매물을 내놓고 있는 외국인의 '손바뀜'으로 그동안 크게 올랐던 전기전자와 운송장비 업종의 낙폭이 크다.
◆ 금융당국의 '도이치 제재'에 움찔
작년 11월 옵션만기일 2조원이 넘는 주식 매도 주문으로 주식시장이 급락했던 '매물 폭탄' 사건과 관련, 금융 당국이 중징계 처분을 내릴 것으로 알려진 것도 외국인의 매도 폭을 키운 요인으로 지적된다.
금융위원회는 도이치증권 서울지점에 대해 6개월 영업 정지 처분을 검토하고 있고, 금융당국의 고발 조치에 대비해 서울중앙지검이 시세조종 의혹을 살펴보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10일 자본시장조사심의위원회를 열어 도이치뱅크와 도이치증권에 대한 제재안을 심의한 뒤 23일 증권선물위원회에서 최종 제재수위를 결정할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금융당국이 도이치증권에 중징계 방침을 내릴 경우 외국인 투자자의 위축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한다. 불공정 거래 행위에 대한 처벌은 당연하지만, 주식 시장에서 이뤄지는 당국의 규제와 처벌은 투자자에게 적지 않은 부담이 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