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성준 기자

신사동 가로수길과 삼청동 카페 골목. 최근 강남역·홍대앞·삼성동 코엑스와 같은 거대 상권을 제외한 '골목 상권' 가운데 가장 인기 있는 곳이 바로 이 두 곳이다. 그 중 삼청동이 20대 연인들의 데이트코스로 떠오른 것은 불과 3년 전 부터다. 주말이면 접근성이 좋은 인사동보다 더 많은 사람이 몰리기 시작했다.

처음 삼청동이 20~30대들에게 인기를 얻게 된 것은 입소문 덕분이었다. 예쁘고 아기자기한 갤러리형 카페나 소품 카페 등이 골목 사이사이에 있다는 글들이 블로그 등 인터넷을 통해 퍼졌다. 이후 다양한 테마형 카페 골목으로 소문이 났고, 유동인구가 많아졌다. 기존에 자리 잡고 있던 냉면·만두·떡갈비 식당들은 함박웃음을 지었다.

하지만 최근 삼청동 열풍을 이끌었던 소규모 카페들은 반대로 울상이다. 장사가 잘돼 웃어야 할 소규모 카페들은 왜 눈물을 흘릴까?

삼청동 거리의 풍경.

속사정은 월세 때문이다. 최근 삼청동 상가의 권리금과 월세는 강남 신사동 수준이다. 그야말로 천정부지다. 입소문을 본격적으로 타기 시작한 2009년 하반기 기준으로 20평 기준 상가의 권리금은 2배 상승한 3~4억원선. 월세도 500~800만원대에 이른다. 치솟는 월세 부담에 소규모 카페들은 짐을 쌀 수밖에 없다.

장사가 잘 되는 지역의 월세와 권리금이 오르는 것은 시장경제 논리상 당연하다. 다만 삼청동의 월세 폭등은 단순히 장사가 잘 돼 건물주가 세를 올린 것이 아니다. 지난 2009년부터 도로변의 전통 한옥 등을 적극적으로 매입한 세력이 월세 인상을 이끌고 있다.

삼청동 소재의 소규모 카페들은 이른바 '가로수 길'자본이 삼청동에 들어와 한옥 등을 매입 한 뒤 월세를 100~200만원씩 일제히 올렸다고 주장한다. 삼청동의 한 부동산에 의뢰한 결과 삼청동 카페 골목의 주택개조형 카페 중 건물주가 외지인인 곳과 건물주가 실제 거주를 하던 카페의 월세는 같은 평수임에도 200만원까지 차이가 났다.

또 최근 삼청동에는 기존에 없던 100평 이상의 프랜차이즈 대형 카페들이 들어서기 시작했다. 동네 슈퍼를 몰아내고 들어서는 SSM(기업형 슈퍼마켓)과 동일한 형상이다. 삼청동에 터를 잡았던 소규모 카페나 갤러리는 인근 부암동이나 계동, 효자동으로 자리를 옮기고 있다. 이 지역은 아직 3년 전 삼청동의 시세를 유지하고 있다.

이전을 준비하는 한 카페 사장은 "지금의 삼청동은 예전과 많이 달라졌다"며 "거대 자본들이 무차별적으로 밀고 들어오면 과거 압구정동 로데오 거리처럼 문화는 죽고 상업만 남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실제로 90년대를 풍미했던 압구정동 로데오거리는 성형외과와 명품숍들이 대거 들어서면서 유동 인구가 크게 줄었다.

현재 3년 전 삼청동에 자리를 잡았던 소규모 테마형 카페들의 약 70%는 삼청동을 떠났다. 삼청동 주요 골목은 하얀 장막을 쳐놓고 공사 중인 한옥들이 즐비하다. 전통거리로 유명했던 인사동도 간판만 한글로 내건 대형 커피숍과 화장품 가게들로 특색을 잃었다. 테마형 부동산개발 붐 속에 '전통'의 골목들이 사라지는 현실이 안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