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드라마·영화에서 PPL(간접광고)을 위해 IT제품이 등장했다면 최근에는 극적 사실감을 높이기 위해 IT장비·기기들이 사용되고 있다. 단순히 모형을 소품으로 이용, 어색한 연기를 연출하는 것이 아니라 대기업·연구기관에서 사용하는 실제 기기들이 등장해 배우들과 호흡을 맞춘다. 이러한 기기들은 배우 못지않은 '까메오' 역할을 톡톡히 해내면서 시청자·관객의 주목을 끌고 있다.
지난달 중순부터 SBS에서 인기리에 방영중인 드라마 은 정우성, 수애, 차승원 등 국내 최정상급 스타가 출연해 화제를 모았다. 극중에서 주인공들은 이탈리아, 일본, 뉴질랜드 등 해외를 누비면서 첩보요원으로 종횡무진한다. 그런데 아테나에는 청와대, NTS본부, 숙소 등 드라마 장면 곳곳에 휴대용 컨퍼런싱 시스템과 음성회의 솔루션이 등장한다.
정우성은 테러리스트를 추적하고자 알제리에서 필요한 정보를 수집한 후 휴대용 컨퍼런싱 시스템을 이용, 본부 관계자와 실시간으로 영상회의를 하고 자료를 전송한다. 이 제품은 미국 폴리콤이 만든 실제 제품이다. 폴리콤은 아테나에 영상·음성 장비 30여대를 공급했다. 아테나의 소품팀 담당 태원엔터테인먼트의 김윤석 실장은 "첩보요원들의 생동감 넘치는 임무수행과정을 잘 보여줄 수 있는 최첨단 영상·음성회의 솔루션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폴리콤의 크리스 테일러 한국지역 총괄 본부장은 "드라마 아테나와의 협력이 시청자들에게 최첨단 IT환경을 보여주는 동시에 회사 인지도를 높일 수 있는 기회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아테나 뿐만 아니라 IT제품·장비는 국내 드라마·영화에서 감초 역할을 해왔다. 장진 감독이 대통령을 소재로 2009년 제작한 코미디영화 '굿모닝 프레지던트'에서도 대통령의 업무수행 수단으로 폴리콤의 음성회의 솔루션을 활용했다. 또 작년 한해 많은 관객들이 찾은 영화 '시라노; 연애조직단'에서는 극 중 인물들이 수행하는 비밀 연애프로젝트의 긴박감을 높이기 위해 일본 산요의 디지털카메라를 사용했다. 이 밖에 SBS에서 방영중인 법의학 드라마 '싸인'에서도 극중 부검의들의 생생한 실험 장면을 표현하기 위해 IT기기들이 등장했다.
해외에서는 미국 의학 드라마 '그레이 아나토미'에서 병원 진료의들의 빠른 수술 준비과정을 보여줄 수 있도록 마이크로소프트의 멀티터치 컴퓨터 '서피스'가 동원됐고, 미국 드라마 '24'는 테러에 맞서 싸우는 조직 'CTU' 요원들이 실시간으로 영상회의를 하며 중요 기밀을 공유할 수 있도록 시스코의 영상회의 시스템을 활용했다. 영화 '소셜 네트워크'에서는 소니 바이오(VAIO) 노트북을 활용해 주인공이 언제 어디서든 필요한 업무를 원활하게 처리할 수 있는 모습을 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