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4대 해운업체인 대한해운(005880)이 25일 법정관리 신청에 들어가면서 바로 거래가 정지됐다. 법정관리를 받게 되면서 대한해운은 청산돼 정리매매에 들어가거나 회생절차를 거쳐 관리종목이 되는 운명에 처하게 됐다. 어느 쪽으로 결정이 나도 주가가 급락할 가능성이 커 투자자들의 피해가 예상된다. 특히 그동안 개인 투자자들이 대한해운을 주로 투자했기 때문에 개인들의 손실 금액이 많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달 들어서 외국인과 기관이 총 58억원을 순매도하는 가운데 개인은 62억원 가량을 순매수했다. 지난 한 해에 개인은 외국인과 기관의 물량을 받아내 912억원을 순매수했다.

◆증권사 보고서..두달 전부터 투자의견 '중립'

그럼 그동안 증권사 전문가들이 대한해운에 대해서 어떤 평가를 했을까. 작년 11월 이후 대한해운에 대해 보고서를 낸 증권사는 총 6곳이었다. 이들의 당시 의견을 종합해보면 '주가가 상승하기 힘들다'로 요약할 수 있다. 이들은 투자의견을 중립으로 냈고 목표주가는 2만8000원에서 3만원 사이를 예상했다.

정서현 이트레이드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12월20일에 낸 보고서를 통해 "매출의 75%를 차지하는 용선(배를 빌려 운영하는 것)부문의 역마진 구조가 이어질 것 같다"며 "목표주가를 3만원으로 하향조정하고 투자의견은 중립으로 유지한다"고 말했다. 그 전날 대한해운의 종가는 2만6450원이었다.

박은경 삼성증권 연구원은 12월9일에 낸 보고서에서 "영업이익이 2010년 1050억원 적자에서 2011년에는 861억원 흑자로 전환할 것 같다"면서도 "유동성 위험이 여전해 투자의견 중립을 유지하고 목표주가를 5만3000원에서 3만원으로 하향조정한다"고 말했다.

신민석 대우증권 연구원은 11월에 낸 보고서를 통해 "고가에 빌려온 용선 선박들로 인해 2013년까지 영업환경이 개선되기는 어렵다"며 투자의견을 중립으로 제시했다. 목표주가는 제시하지 않았었다.

그러나 대부분의 연구원은 당시에 대한해운의 상황이 지금처럼 악화하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고 얘기한다.

유일하게 올해에 4분기 실적 예상 보고서를 낸 신지윤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부정적으로 보고 있긴 했지만 법정관리에 들어가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며 "열흘 전쯤 용선료 협상 소식이 전해지며 상황이 악화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고 말했다.

12월에 회사를 방문했다는 정서현 연구원도 "당시에는 유동성 위험이 크지는 않을 것으로 봤다"며 "1월 초에 투자자들에게 얘기를 듣고서야 자금 압박이 크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투자의견 '중립'은 사실상 '매도' 의견?

이번 대한해운의 경우처럼 대다수의 증권사 연구원들이 투자의견을 중립으로 제시할 때는 이를 경고 신호로 해석했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주식 운용역은 물론이고 증권사 리서치센터 연구원들도 투자의견 '중립'을 '매도'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증권사의 한 연구원은 "목표주가가 현재 주가에 비해 높더라도 중립 투자의견이라면 매도 의견으로 봐야 한다"며 "리서치센터 연구원은 물론 운용업계에서도 대부분 그렇게 인식되고 있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또 다른 증권사 연구원도 "증권사의 다른 부서에서 해당 기업과 영업 관계가 있는 상황에서 매도 의견을 내기가 쉽지 않다"며 "해당 기업으로부터 연락이 와서 수치는 그대로 놔두고 표현을 완곡하게 수정한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일반 투자자들은 증권사 리포트에 나오는 행간의 의미를 잘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연구원들이 공식적인 문서를 통해 부정적인 내용을 쓰기 어려운 만큼 글 속에 숨겨진 의미를 파악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국내 자산운용사의 한 주식운용역은 "운용사 등 기관 투자가들은 증권사 연구원들을 초청해 직접 만나 리포트에 없는 내용들을 들을 수 있다"며 "개인 투자자는 상황이 다른 만큼 여러 보고서를 비교해보고 투자에 참고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