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삼(水蔘)을 수증기로 쪄 만든 홍삼(紅蔘)은 1000년 전부터 우리에게 익숙한 한국 고유의 건강 보조식품이다. 효능이 많고 비교적 부작용이 적어 소비자들이 폭넓게 즐길 수 있다.

그러나 어떤 약(藥)도 과하면 독(毒)이 되는 법. 홍삼도 적합한 복용 대상과 복용법을 알아야 효과가 배(倍)가 되고, 선물로 고를 때도 실수를 피할 수 있다. 홍삼에 얽힌 비밀과 오해들을 하나씩 살펴본다.

◆홍삼 효능 좋지만, 고혈압 환자는 피해야

홍삼은 인삼 중에서도 4~6년 자란 수삼을 쪄서 말린 붉은 인삼을 통칭한다. 홍삼의 제조 과정은 수매, 선별, 세척, 증삼(수삼을 찌는 것), 건조, 성형, 재선별로 나눠진다. 가공 과정에서 홍삼은 플라보노이드, 비타민 B군, 기타 아미노산 등 수삼에는 없거나 부족했던 다양한 성분을 갖게 된다.

최근 남녀노소 모두에게 적합하면서도 부담 없는 선물로 홍삼이 인기를 끌고 있다. 사진은 동원 F&B 천안공장에서 홍삼을 가공하고 있는 직원들(위)과 동원 F&B 천지인 홍삼(아래).

이렇게 만들어진 홍삼은 뛰어난 효능을 발휘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이 인정한 효능은 크게 세 가지. 피로 회복, 면역력 증진, 혈소판 응집 억제 등이다. 이밖에도 학계에서는 혈압·동맥경화 예방, 혈당치 강하, 간 보호, 항(抗)종양, 노화 방지, 신종플루 예방 등에도 효능을 인정한다.

그러나 이런 효능을 활용하려면 두 가지를 염두에 둬야 한다. 하나는 홍삼이 혈액 순환을 돕기도 하지만 혈압을 높일 수도 있다는 점이다. 두통, 불면, 가슴 두근거림 등도 나타날 수 있다. 따라서 땀이 나지 않고 열이 많은 사람이나 염증 등으로 고열이 있는 사람은 복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물론 고혈압(수축기 혈압 180 mmHg 이상)이 있는 이에게도 홍삼을 선물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또 하나는 홍삼이 전문 의약품은 아니라는 점이다. 예를 들어 피로 회복의 경우 피로의 원인은 당분 결핍, 산소 결핍, 피로물질의 축적 등 너무나 다양하다. 전문 의약품과 달리 홍삼은 그런 피로의 증상을 어떻게 완화하는지 작용 과정이 아직 불명확하다. 다만 중추신경을 흥분시키고, 대사를 촉진하는 물질이 홍삼에 있다는 게 확인될 뿐이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섣부르게 홍삼을 '만병통치약'으로 여겨서는 안 된다고 충고한다.

◆식전, 하루 2~3회 복용하면 좋아

홍삼의 효과는 복용하는 방법에 따라서도 달라진다. 홍삼의 주성분인 사포닌은 수용성이다. 따라서 다른 음식물이 함께 있으면 흡수에 방해를 받으며 공복에서 흡수율이 더 높다. 실제로 홍삼 제품들은 대부분 식사 전에 섭취하는 게 좋다. 다만 위장이 약한 이들은 식후 30분 정도에 복용하는 게 좋다. 또 사포닌은 고분자 물질이므로 한꺼번에 홍삼을 많이 섭취하는 것보다 하루 2~3회 나눠 복용하는 게 체내 흡수에 효과적이다.

일부에서는 홍삼의 잔뿌리에 사포닌(진세노사이드)이 많다며 잔뿌리 부위만 가공한 홍삼만 골라 복용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런 복용방법은 주의가 필요하다. 사포닌에도 여러 종류가 있고, 홍삼에 들어 있는 건강 보조 성분도 한 가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사포닌 중 Rg2 성분은 혈소판 응집 억제, 기억 감퇴 개선 작용이 뚜렷하고, Rh1 성분은 간 보호 작용이 있다. 또 컴파운드 K(Compound K) 성분은 암세포 전이 억제와 항암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천지인 홍삼을 판매하는 동원F&B 관계자는 "부위별, 개체별로 성분이 다양하므로 본인의 목적에 맞춰 제품을 선택해야 한다"고 말했다.

◆'태양광 건조·제품 다양화…' 차별화 노력 잇달아

업계에서는 홍삼의 복잡한 '비밀'이 잇달아 밝혀짐에 따라 자신들의 제품을 더욱 다양화·차별화하고 있다. 동원 F&B는 최근 충남 천안시 신당동에 수삼 처리 능력 500t 규모의 홍삼 전문 제조공장을 만들었다. 이 공장은 수삼 건조 과정에서 자연 그대로의 햇볕과 바람·그늘을 이용하는 게 특징. 대규모로 홍삼을 건조해야 하는 홍삼 제품업체들은 대부분 효율을 위해 온열기나 전기를 활용하지만 동원 F&B는 태양광 건조장에서 100% 자연 건조시킨다.

또 3000기압의 압력을 가하는 초고압 처리로 홍삼 농축액의 품질을 향상시키기도 한다. 동원 F&B의 천지인 홍삼은 현재 200여개의 매장에서 170여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이용기 동원 F&B 공장장은 "홍삼 숙성 과정에 연해주 해발 고도 1000m 이상에서 120년 이상 된 잣나무를 활용하는 등 다양한 시도를 벌이고 있다"며 "소비자 몸에 가장 잘 맞는 홍삼 제품을 만들려고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