래리 페이지

세계 최대의 인터넷 기업 구글이 에릭 슈미트(55) 최고경영자를 전격 교체했다.

구글은 20일(현지시각) 공동창업자 중 한 명인 래리 페이지(38)가 4월 4일부터 최고경영자로 일상적인 경영업무를 총괄한다고 발표했다. 2001년 7월부터 10년 가까이 구글을 이끌어온 에릭 슈미트는 회장으로 옮기며 사실상 경영일선에서 물러난다.

구글은 이날 성명에서 앞으로 슈미트가 회장으로 계약이나 파트너십, 고객 관리 등 대외업무에 집중하고 또다른 창업자인 세르게이 브린은 전략적 프로젝트와 새로운 서비스 개발을 맡을 것이라고 밝혔다.

구글이 밝히는 경영진 교체 이유는 의사결정 구조를 단순화하고 경영진들의 업무영역을 명확히 하자는 것. 슈미트는 성명 발표 후 "내가 더 이상 일일 감독직을 할 필요는 없다. 페이지는 회사를 이끌어갈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했다. 페이지 역시 "슈미트로부터 많은 것을 배웠으며 그만큼 훌륭한 CEO는 없다"고 치켜세웠다.

하지만 실리콘밸리에서는 슈미트와 나이 어린 두 창업자 간의 오랜 갈등이 원인인 것으로 보고 있다. 스탠퍼드 대학 출신의 천재 엔지니어인 두 창업자가 끊임없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쏟아내며 스피디한 집행을 원한 반면, 회사 전체의 절차와 경영지표를 중시한 슈미트는 이런 요구를 황당하게 받아들이며 제동을 걸어왔다. 특히 올해 들어 구글이 방문자 수에서 페이스북에 밀리기 시작하자 두 창업자들이 슈미트를 2선으로 후퇴시키고 경영전면에 나섰다는 것이다.

슈미트가 처음부터 그리 실권이 강한 CEO가 아니었기 때문에 슈미트가 적절할 때 물러난다는 분석도 있다. 페이지의 내성적인 성격 때문에 외부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페이지가 이미 오래 전부터 구글 전략과 투자의 최종 결정권자였다는 것이다.

물러나는 슈미트는 구글 주식 920만주를 보유하고 있으며, 20일 주가 기준으로 주식 가치는 약 58억달러(6조5000억원)에 달한다. 슈미트는 이중 53만4000주(3억3400만달러)를 매각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