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 다노스 다트머스대 미국 다트머스대 터크 경영대 학장이 19일 인터뷰에서 보수적으로 변화한 미 CEO들의 경영철학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 CEO(최고경영자)들의 경영 철학이 보수적으로 변했습니다. 돈이 많아도 투자를 꺼리게 된 것입니다.”

세계 최초 경영대학이자 세계 최상위권에 올라 있는 미국 다트머스대 터크 경영대학(Tuck School of Business at Dartmouth)의 폴 다노스(Paul Danos) 학장은 금융위기 후 미국 기업들의 보수주의가 강해져 투자가 위축됐다며 미국의 경기 회복도 기대만큼 빠르진 않고 서서히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시아 지역 리크루팅을 위해 방한한 다노스 학장을 카이스트 경영대에서 19일 만났다.

- 금융위기 이후 CEO들의 경영 철학이 어떻게 바뀌었나.
"기업들의 보수주의가 강해졌다. 수 조 달러의 현금을 갖고 있지만, 투자나 인수합병(M&A)이 위기 이전만큼 활발하지 못하다. 기업과 가계는 더 많은 현금을 보유하되 위험한 자산 매입은 피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이 때문에 경기회복 속도가 느리다. 재미있는 것은 기업들은 돈을 쓰지 않고 있지만, 미국이나 유럽 정부는 경기 부양을 위해서 위험을 무릅쓰고 빚을 내고 있다는 것이다."

- 정부가 위험한 투자를 하고 있다는 말인가.
"재무제표가 위험하다는 뜻이다. 정부가 금융위기 이후 뒤처리를 하기 위해 막대한 돈을 쓰느라 재무제표가 위험해진 상황이다. 미국과 유럽 정부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율을 보라. 전례 없이 높은 상황이다. 앞으로 계속 이런 수준으로 (부채율이 오르면) 관리가 불가능해질 것이다."

- 미국 경제가 직면한 가장 위험한 요소는 무엇인가.
"정부가 어마어마한 규모의 빚을 안고 있다는 것, 부채 수준도 매우 높다는 것이 내가 생각하는 가장 큰 위험이다. 이것을 고치기 위해서는 경제 성장과 인플레이션이라는 두 가지 상황이 동시에 발생해야 하는데, 현재 우리는 저성장에 인플레이션도 낮은 상황이다."

- 올해 미국 경기에 대해서 어떻게 보고 있나.
"나쁜 것만은 아니다. 경기가 좋아질 것이라는 합의가 형성되고 있다. 중국 같이 높은 성장률은 안되겠지만. 다들 그렇듯이 나도 연 2~3%의 성장률을 기대하고 있다."

- 투자, 고용 확대에 대한 기업들의 반응은 어떤가.
"기업들은 작년보다 더 투자를 하겠지만, 속도가 확실히 느릴 것이다. 물론 현금이 쌓이고 자산 규모가 확대될수록 기업들의 심리가 바뀔 것이다. 최근에도 조금씩 나아지고 있지만, 위기 전에 비하면 보수적이다. 사실 위기 전에 기업들이 지나치게 위험한 투자를 했던 경향도 있다."

- 보통 사람들뿐만 아니라 경제학자, 국가 지도자, 금융 당국자들도 전혀 2008년 위기를 예측하지 못했다. 무엇이 문제였나.
"복잡하고 불완전한 리스크 모델이 초래할 수 있는 결과를 깊은 이해 없이 받아들였다. 즉 CEO와 은행 이사들은 자신들의 리스크 모델의 결함에 대해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 같다. 이런 무지함이 과도한 자신감으로 이어졌다. 이들은 지나치게 자신만만한 나머지 신중하게 되묻는 법을 잃어버렸다. 지도자들은 그들이 아주 잘 알고 있다고 인식되기를 바라고 그들이 똑똑한 것처럼 보이기를 원한다. 그래서 책임 있는 사람들이 '나는 잘 모르겠다'고 말하기를 두려워하는 것을 볼 수 있다. 당신이 이해하지 못한다고 고백하지 않는다고 해서 실제로 당신이 다 이해하는 것은 아니다. 모르는 것을 아는 척하기보다는 언제든지 질문을 던져야 한다."

- '대마불사' 은행에 구제금융을 지원한 것에 대해 논란이 많았는데, 구제금융이 하나의 '트랜드'가 된 것인가.
"당시에 파산했다면 결과가 재앙적일 만큼 규모가 큰 은행들이었다. 만일 지금 위기가 다시 발생한다 해도 이러한 규모의 은행들은 여전히 '대마불사'로 인식될 것이고 구제금융을 받을 것이다."

- 회사를 위기 직전까지 몰고 간 은행가들과 CEO들이 고액 연봉을 받아도 되나.
"임원들의 연봉 계약은 회사가 호기를 맞이할 것임을 전제로 이루어진다. 회사 상태가 나빠질 것이라고 고려하지 않는 상태에서 연봉 계약을 한 것이 문제다. 따라서 보상체계를 회사의 장기적인 실적과 연계시키는 것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다."

- 위기 이후 IT분야가 빠른 속도로 신제품을 내놓으면서 일부 다른 분야보다 크게 성장했다. 앞으로 기업들은 어떤 경쟁력을 갖춰야 하는가.
"10년 전에는 사람들이 지금처럼 수 천개의 애플리케이션(스마트폰 응용프로그램)을 필요로 할 것이라고 상상하지 못했다. 통신 산업만 보면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 등은 하나의 '스포츠'가 되어가고 있다. 나는 IT기업뿐만 아니라 모든 분야의 기업들이 경영대학원에서 배우는 전통적인 이론을 잘 따른다면 모두 좋은 실적을 올릴 수 있다고 본다. 이론을 남들보다 더 올바르게 적용한다면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

- 그럼 어떤 산업 분야들이 유망하다고 보나.
"이미 발전 포화 상태인 선진국에서 새로운 '붐'을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신흥국에서 채워지지 못하는 부분을 채우기 위한 분야가 발전할 것이다. 중국이 그 많은 인구를 교육하기 위해서 건설해야 하는 신규 학교의 숫자만 생각해봐라. 일단 수요가 높고 공급이 부족한 분야부터 시작된다. 예를 들어 인도 같이 거대 인구가 있는 나라에 월마트처럼 창고형 수퍼마켓이 없다면 월마트와 유사한 유통업체들이 생겨나게 된다. 배달업체인 페덱스(FedEx)만 봐도 과거에는 미국 내 일부 지역에서만 오고 가던 것이 이제는 전 세계로 다니지 않는가. 수요는 일정한 패턴을 보인다. 미국이나 유럽의 수요 패턴을 잘 살펴보면 중국, 인도, 한국이 앞으로 20년 후에 어디에 와 있을지 짐작할 수 있다. 특히 중국과 인도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는 것이 놀랍다. 최근에는 산업화의 속도가 과거보다 훨씬 빨라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미국은 50년 동안 산업화했는데 중국은 25년 만에 한 것 같다."

- 신흥국이 선진국보다 회복력이 좋은데, 미국 기업들은 한국 경제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는가.
"기업들은 물론 브라질, 중국과 같은 큰 국가 진출에 집중하고 있다. 일본이나 한국은 이미 수요 면에서 자체적으로 많이 공급이 된 상태다. 물론 경제 규모로 보면 중국의 속도는 따라올 자가 없긴 하다."

- 신흥국 진출을 꾀하는 글로벌 기업들에겐 어떤 위험이 있는가.
"신흥국에서는 정치적 불안정, 불확실성, 법률 제도의 미비, 훈련된 노동력 부족 등이 위험 요소다. "

- 리스크 관리의 관점에서 봤을 때 기업들은 어떻게 이를 준비해야 하는가.
"신흥국 진출을 꾀하는 기업은 일반적인 사업 추진 때보다 더 추가적인 위험을 감수하게 된다. 그 나라의 기업들을 잘 관찰하면 위험을 줄일 수 있다. 해당 문화에 회사가 많이 노출되고 끊임없이 검토하고 훈련하는데 투자를 많이 늘려야 한다. 또 신흥국 내부 감독자들의 역할이 강화되어야 한다."

- 위기 이후에 경영대학원, 즉 MBA 학위를 따기 위한 지원자가 많이 줄었을 것 같은데.
"경영대학원 지원자는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다. 이것은 미국의 성장 때문이 아니라 브라질이나 중국 같은 신흥국 기업들이 성장하면서 그런것이다. 더 많은 기업이 생기고 시장이 확대될수록 많은 경영 지도자들이 필요하다. 특히 터크스쿨과 같은 세계 최상위권 학교들의 졸업생에 대한 노동시장 수요는 매우 높다. 작년 졸업생 중 97%가 3개월 내에 리더 급의 자리에 취직했다."

- 터크스쿨에서 한국 학생들을 자주 보나.
"한국인 동문은 50여명이다. 한국 학생들은 기술적인 면에서 매우 교육을 잘 받았고 비즈니스에 대해 상당히 열성적이다. 한국 학생들이 다른 나라 학생들보다 매우 꼼꼼하고 요령 있으며 비즈니스 감각이 깨어 있다. 그 어떤 비즈니스 관계에서도 뛰어날 것이다."

동석한 클라크 캘러한 CEO교육 담당 이사는 “한국 학생들은 ‘월드 클래스’에 대해 상당히 집착하는 편”이라면서 “일의 완벽도와 고품질을 추구하려는 열정이 강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