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이 추진 중인 '무상급식·무상의료·무상보육'과 '반값 등록금' 등 이른바 무상(無償)복지 시리즈가 채택되면 국가재정을 크게 훼손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 가운데, "과잉 복지 경쟁을 해소하려면 한나라당의 '70% 복지' 정책도 재검토돼야 한다"고 지적이 나오고 있다.
우리나라 전 가구의 70%를 대상으로 하는 보육 지원·대학 등록금 대출 등을 골자로 하는 한나라당의 '70% 복지' 정책이 반영된 올해 복지 예산은 86조4000억원으로 전체 예산의 28.0%를 차지하고 있다. 복지예산의 증가율은 6.3%로 전체 예산 증가율(5.5%)보다 높다.
재정·복지 전문가들은 "중·상위 소득계층에게도 불필요하게 복지예산이 투입되는 것을 막고, 정말 도움이 필요한 계층에게 복지혜택이 가도록 정책의 기본 틀을 갖춰야 한다"면서 "이를 위해선 무엇보다 정치권의 인기 영합주의적(포퓰리즘) 과잉 복지 경쟁이 자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이 촉발한 '과잉 복지'
한나라당이 내세운 '70% 복지'는 대학 등록금에 대한 '취업 후 상환 대출 제도'와 '무상보육'이 대표적이다.
'취업 후 상환 대출제'는 2006년 5·31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이 공약으로 내걸었던 '반값 등록금'이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변형된 형태로 나온 것이다. 취업 후 상환 대출제는 작년에 도입됐으며, 전 가구를 소득 수준으로 나열했을 때 상위 30% 이하에 속하는 가구의 성적 B학점(80점) 이상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다. 작년에 8278억원의 대출이 나갔고, 올해는 1조8177억원이 책정돼 있다. 정부는 대출자가 취업하기 전까지 이자를 대납한다. 작년 133억원, 올해 1117억원의 이자를 재정으로 부담했다.
하지만 갈수록 정부가 대납할 이자는 늘어나고, 대출금을 못 갚는 사람이 속출하면 재정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가능성이 있다. 대출자 가운데 10%만 대출금을 못 갚을 경우 2015~2019년 매년 평균 1조9080억원의 추가 재정 부담이 생긴다. 대출금 미(未)상환 비율이 실제로 10%를 크게 웃돌 것이란 우려가 정부 내에서도 나오고 있다.
게다가 우리나라의 대학진학률이 82%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이로 인해 고학력 실업 문제가 심각한 상황에서 여야가 등록금 복지 경쟁을 벌이는 것은 과잉이라는 얘기다.
'70% 무상 보육'은 2010년 6·2 지방선거의 한나라당 공약으로 시작됐다. 이에 따라 올해 예산안에 처음 반영됐다. 이제까지 5세까지 보육료는 소득 하위 50%까지만 전액 지원했는데 올해부터는 소득 상위 30% 이하에 속하는 가구에 전액 지원하기로 한 것이다. 지원 대상자는 76만명에서 92만명으로 늘어났다. 올해 무상 보육 지원 예산은 지방비까지 포함해서 작년보다 5000억원 늘어난 3조9162억원이 반영됐다.
박종규 예산정책처 경제분석실장은 "복지예산은 한 해만 보면 얼마 늘어나지 않는 것 같아도, 결국 매년 늘어나는 셈이어서 중·장기적으론 재정에 부담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무상급식' 경쟁도 한나라당이 촉발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나라당 출신의 이대엽 전 성남시장이 2007년 초등학교 3~6학년생을 대상으로 전면 무상급식을 시작했고, 2009년 말에는 관내 초·중학교에 전면 실시하겠다는 정책을 발표하기도 했다. 무상급식은 2001년 과천시가 4개 초등학교를 대상으로 시행한 적이 있지만, 대규모로 실시한 것은 관내 63개 초등학교가 있는 성남시가 처음이다.
◆"복지 사각지대부터 줄여야"
김종석 홍익대 교수는 "살다가 나락으로 떨어지는 사람을 보호하는 게 복지인데, '70% 복지'냐 '무상복지'냐는 능력 있는 사람에게 얼마나 더 줄 것이냐는 '퍼주기' 논쟁에 불과하다"며 "지금도 사회 안전망이 부족하고 복지 사각지대가 있는데 왜 정치권은 이를 외면하는지 안타깝다"고 말했다.
현진권 아주대 교수는 "정치 경쟁이 복지정책을 통해 이뤄지고, 공짜 확대로의 경쟁으로만 이어지면서 복지 지출의 증가 속도가 너무 빠르다"며 "복지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 제도적인 문제를 먼저 해결해야지, 국민이 솔깃할 수 있게 정부 보조금만 늘리자는 주장은 전형적인 포퓰리즘이다"라고 했다.
이영해 한양대 교수는 "민주당의 무상복지 시리즈가 큰 문제를 안고 있지만 한나라당의 '70% 복지'도 포퓰리즘에 해당된다"며 "'묻지 마'식으로 자꾸 새로운 복지 정책을 만들기보다는 경제 상황, 재원 확보 등을 따져서 제도를 제대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