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규민 기자

직장인 안준영(45)씨는 목돈 1억원을 월급 통장에 넣어두고 몇 달째 고민에 빠져 있다. 지난 몇 년간 열심히 부은 적금에다 연말에 받은 회사 성과급을 합쳐 만든 종자돈이다. 하지만 이걸 어떻게 굴려야 할지 막막하다. 은행 정기예금에 넣어두자니 금리가 너무 낮고, 금리가 조금 높은 저축은행에 맡기자니 최근 삼화저축은행의 영업 정지사태 때문에 불안하고…. 그렇다고 지금 와서 직접 주식시장에 뛰어들기엔 너무 많이 오른 주가가 부담스럽다. 이런 고민을 가진 사람은 안씨뿐만이 아니어서 시중에는 갈 곳을 정하지 못한 유동자금이 넘쳐난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초단기 금융상품인 MMF(머니마켓펀드)와 CMA(종합자산관리계좌)에 대기 중인 자금이 지난해 말 기준으로 100조원이 넘는다.

은행 이자보다 높은 수익률을 올리면서도 비교적 안전한 금융상품은 없을까. 증권사 스타급 PB(개인자산관리 전문가)들의 추천을 받아 대표적인 상품 몇 가지를 추려봤다.

스팟형 랩=자산관리전문가 중에는 올해 "방망이를 짧게 잡으라"고 조언하는 사람들이 많다. 주식, 채권, 부동산 등 여러 투자 대상 가운데 주식이 올해도 가장 유망하긴 하지만 이미 코스피지수 2100을 넘은 터라 상승 여력에 한계가 있고, 인플레이션 등 여러 복병이 도사리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 때문에 일정 수익률(7~10% 정도)을 미리 정해놓고 목표에 도달하면 곧바로 현금화할 수 있는 스팟형 랩어카운트 상품을 추천하는 전문가들이 많다. 우리투자증권 프리미어블루 강남센터 김재훈 부장은 "최근 주식시장의 상승세가 대형주와 몇몇 업종에만 집중돼 있어 정통 주식형 펀드가 인덱스 펀드의 수익률을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고액 자산가들 사이에서는 기존 주식형 펀드보다 자문형 랩, 그중에서도 특히 스팟형 랩이 인기"라고 말했다.

스팟형 랩은 증권사들이 이따금 공고를 내고 일주일 가량 자금을 모집한 뒤 운용하는데, 최근 증시 상승 덕분에 한두 달 만에 목표를 달성하고 청산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한국투자증권이 지난해 10월 판매한 HR터치7랩은 74일 만에 7% 수익을 달성했고, 뒤이어 판매한 HR터치7-2호랩은 50일 만에 7% 수익을 투자자에게 돌려줬다. 다만 랩 어카운트 상품은 운용수수료가 연 2~3%로 펀드보다 높고 최소 가입금액이 보통 3000만원 이상이라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현재 판매 중인 스팟형 랩으로는 동양종합금융증권의 'MY W토러스 목표달성형 2호', 신한금융투자의 '신한·한국창의 목표수익전환형', 메리츠종금증권의 '메리츠 스마트랩 Spot-가울1호' 등이 있다.

ELS=ELS(주가연계증권)는 증시가 호황이던 2006~2007년 전성기를 맞았다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큰 손해를 보는 ELS가 속출하면서 된서리를 맞았다. 그랬던 ELS가 요즘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 상품의 구조와 기초자산이 다양해지면서 선택의 폭이 한층 넓어졌기 때문이다. 2008년 11월 900억원대까지 감소했던 ELS 발행 규모는 2년 만에 2조7000억원으로 급증했다.

ELS에 투자할 때는 증권사에서 내건 목표 수익률뿐 아니라 원금 보장 여부, 기초자산, 목표 조건, 만기, 조기 상환 주기 등 꼼꼼히 따져봐야 할 게 많다. 대우증권 PB클래스 갤러리아 서재연 팀장은 ▲특정 종목보다는 주가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고 ▲조기 상환 기회가 많고 ▲주가가 많이 빠져도 수익을 낼 수 있는 스텝다운형 상품(시간이 갈수록 조기 상환이 쉬워지는 상품)을 고르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대부분 ELS는 증권사가 공고를 낸 뒤 이틀간 투자자를 모집하며, 최소 가입금액은 100만원이다.

물가연동채권 또는 원자재 펀드=올해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 경제의 화두 중 하나는 인플레이션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돈이 엄청나게 풀린 상황에서 세계 경기가 살아나면서 원자재 가격이 치솟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추세가 올해도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많은 만큼 인플레이션에 관련된 상품에 여유자금의 20~30% 정도를 넣어두라고 권하는 전문가들이 많다.

인플레이션에 방어적으로 대응하려는 투자자들에게 적합한 상품이 물가연동채권이다. 물가가 오르는 만큼 이자를 더 얹어주기 때문에 실질 구매력을 지키는 효과가 있다. 좀 더 공격적인 투자자라면 원자재 인상에 과감히 투자해볼 수도 있다. 신한금융투자 명품PB센터의 전현진 팀장은 "달러화 가치 하락과 이상 기후로 원자재 가격의 강세가 계속될 것"이라며 JP모간천연자원펀드, 블랙록월드광업주펀드, 신한BNP애그리컬쳐인덱스펀드 등을 추천했다.

자산 관리 서비스=증권사들이 지난해부터 잇따라 내놓은 자산 관리 서비스는 그동안 고액 자산가들만 누릴 수 있었던 '맞춤형 자산 관리'를 대중화한 서비스다. 삼성증권의 'POP', 한국투자증권의 '아임유(I'M YOU)', 우리투자증권의 '옥토' 등이 여기에 속한다. 자산 관리 전문가의 상담을 통해 투자 성향을 파악한 뒤 여기에 맞춰 주식·펀드·채권·CMA 등 다양한 자산으로 구성된 포트폴리오를 짜준다. 조선일보 머니섹션 M은 9개 증권사 자산 관리 서비스에 각각 2000만원씩을 직접 투자해 운용 성과를 추적하는 'M월드컵' 프로젝트를 지난해 6월부터 진행 중이다.〈본지 2010년 12월 17일자 C3면 참조〉 7개월이 지난 현재 증권사에 따라 최소 6%, 최대 23%의 수익을 내고 있다.


☞ ELS(주가연계증권)

코스피지수 등 기초자산의 상승·하락 가격을 정해놓고 기준에 만족하면 약속한 수익을 돌려주는 상품이다. 가령 '코스피가 6개월 뒤에 10% 이상 하락하지 않으면 7% 수익을 준다'는 식으로 운용된다. 만기는 1~3년이고 3~4개월마다 조기상환 기회가 주어진다.

☞ 랩 어카운트(wrap account)

계약을 맺은 고객의 성향에 따라 종합적으로 투자금을 관리해주는 금융상품. 투자자문사의 자문을 받아 주식에 투자하는 상품을 자문형 랩이라고 하는데, 이 중에서 미리 정해진 목표 수익률을 달성하면 곧바로 환매 되는 상품을 스팟형(목표 달성형) 랩이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