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전남 고흥군 녹동항에서 배로 20여분을 나가자 바둑판 모양의 가두리 양식장이 나타났다. 축구장 1.5배 크기(1만m²·약 3000평)의 거대한 양식장에는 펄떡펄떡 무지개송어 떼가 뛰놀고 있었다. 전남해양수산과학원 전용호 박사는 "작년 11월 700g짜리 민물 송어를 바다에 넣었는데 벌써 두 배 이상 자랐다"면서 "5월쯤이면 마리당 4㎏까지는 너끈히 키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육지의 계곡이나 호수에서 양식하던 무지개송어를 이제 바다에서 키우고 있다. 송어는 본래 바다에서 서식하다 산란기에 하천 상류로 올라가는 어종이어서 바다에서 못 키울 것은 없지만 양식은 민물에서만 이뤄져 왔다. 지난 1965년 미국 등지의 내수면에서 양식하던 무지개송어 수정란을 국내에 처음 도입하면서 강원 평창·정선, 충북 충주 등지의 계곡·하천에서만 키워 왔기 때문이다.

전남해양수산과학원 고흥지소는 2008~2009년 두 차례 무지개송어를 바다에서 키우는 시험 양식에 성공했고, 올겨울 본격적인 생산·판매에 들어갔다. '특허 받은 양식법'을 개발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고흥지소는 민물에서 200~500g까지 성장한 송어가 바닷물에 익숙해지도록 민물의 염도를 하루 평균 5‰(퍼밀·1000분의 1)씩 올려 일주일 뒤 바닷물 염도(35‰)와 똑같이 맞추는 기술을 개발, 작년 8월 특허를 받았다.

전남 고흥 앞바다에서 양식업을 하는 '이레수산' 김익두 사장이 작년 11월부터 키우고 있는 무지개 송어들을 뜰채로 떠 올리고 있다.

송어의 바다 양식은 '민물 양식'보다 송어의 성장 속도를 2~3배 빠르게 했고, 항생제도 쓰지 않게 됐다. 고흥 앞바다에서 양식업을 하는 '이레수산' 김익두(57) 사장은 "보통 바다에서 광어는 1년에 1㎏ 자라는데 송어는 6개월 만에 3~4㎏까지 자란다"면서 "항생제를 쓰지 않고도 병에 잘 걸리지 않기 때문에 친환경 양식"이라 평했다.

겨울철 휴어기(休漁期)였던 가두리 어장을 '이모작'이 가능토록 한 것도 큰 수확이다. 남해안의 주요 양식 어종인 감성돔·돌돔·농어·우럭 등은 섭씨 7~8도의 차가운 바닷물에선 거의 자라지 않아 가두리 양식장은 5~10월에만 운영될 수 있었다. 그러나 대표적 냉수(冷水)성 어종인 무지개송어는 겨울 바다에서 잘 자란다. 태풍과 적조(赤潮), 수온 상승에 따른 비브리오균 감염을 걱정할 필요가 없는 것도 겨울 가두리 양식의 장점이다.

고흥지소가 송어의 바다 양식 기술을 민간 양식업자들에게 넘기면서 작년에 5000마리 정도였던 생산량은 올해 2만마리까지 늘었다. 또 2013년에는 생산량을 10만~20만마리까지 높이는 동시에 판로 확보 및 가공시설 유치에도 나설 계획이다. 전남해양수산과학원 이용한 고흥지소장은 "세계 송어시장 규모는 8조원대에 이르는 만큼 훈제 가공용 등으로 수출이 가능하다"면서 "국내에서 연간 1만3000t가량 소비되는 연어의 수입 대체효과도 기대된다"고 말했다.

☞무지개 송어

연어과(科) 민물고기인 무지개 송어는 산란기에 무지갯빛을 띤다고 해서 무지개 송어로 불리며, 국내에서 생산되는 송어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