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의 준대형세단 신형 그랜저가 연초부터 준대형차 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업계에서는 올해 그랜저가 지난해 국산 준대형차 전체시장 규모(9만~10만대)만큼 팔릴 것으로 예상한다. 또 국산 준대형차 시장 독식(獨食)은 물론, 수입차의 국산 고급차시장 공략에 맞서 수입차들에 역공을 가하는 첫 국산 모델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13일 시판을 시작한 신형 그랜저의 현재 계약 대수는 약 2만3500대. 고객들이 실제 차량을 살펴볼 수 있는 17일부터 계약 대수가 더 늘어날 것을 감안하면, 이달 안에 계약 대수 3만대 돌파가 무난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 관계자는 16일 "그랜저의 올해 내수 목표는 8만대이지만 월 생산능력이 1만여대에 달하고 초기 반응이 좋기 때문에 초기엔 월 1만대 이상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그랜저(구형)와 기아차의 K7, GM대우 알페온(작년 9월부터 시판), 르노삼성 SM7 등 국산 준대형세단의 전체 판매량은 9만5000대였다.
◆구형대비 상품성 크게 향상
신형 그랜저 가격은 구형보다 200만원가량 올랐지만, 동력 성능이 크게 향상되고 안전·편의장비도 강화됐다. 따라서 가격 인상 폭은 아주 작은 편이다.
신형 그랜저는 구형에 없는 버튼시동 스마트키, 뒷좌석 열선시트, 타이어공기압 자동측정장치(TPMS), 나파(Napa) 가죽시트, 운전석 무릎에어백, 뒷좌석 사이드에어백 등 20여개의 안전·편의 장비가 추가됐다.
3.0L 모델은 좌석 안쪽에서 바람이 나오는 통풍시트, 스티어링휠까지 열선을 넣어 데워주는 기능이 기본이며, 고급모델에는 뒷유리창 전동 커튼, JBL사 최고급 오디오 시스템 등 다양한 장치가 들어간다. 특히 국산·수입차 최초로 적용된 어드밴스드 스마트크루즈컨트롤(ASCC)은 신형 그랜저의 가장 큰 특징이다. ASCC는 차량이 '가다'와 '서다'를 반복하는 경우에도 가속페달을 밟을 필요 없이 앞차와의 간격을 유지하며 달릴 수 있게 해주는 최첨단 기능이다.
다만 파노라마 선루프를 선택할 경우, 선루프를 지붕 뒤쪽으로 이동시키기 위한 각종 장치가 천장 안쪽에 들어가기 때문에 뒷좌석 가운데 자리 머리공간이 부족한 것이 단점이다.
◆신형 그랜저, 국산 준대형세단 시장 휩쓸고 수입차에도 역공 가할 듯
작년 국산 준대형세단 시장 규모는 기아차 K7이 4만3000대, 그랜저(구형)가 3만3000대, SM7이 1만3000대, 알페온이 6000대(작년 9월부터 판매)였다. K7은 최대 월 6000대까지 팔리다가, 그랜저 시판을 예고한 작년 12월에는 2800대 수준까지 떨어졌다. SM7은 그랜저 신차효과에 올해 7월 신형 SM7 등장을 감안할 때, 판매가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알페온도 고전을 면치 못할 전망이다. 알페온 2.4 프리미엄의 가격은 3210만원으로, 그랜저보다 100만원 비싸지만 성능과 편의·안전장비, 실내공간, 트렁크 크기, 내외장 마무리에서 그랜저보다 떨어진다.
그러나 경쟁업체들의 반격도 만만치 않다. 기아차는 K7의 동력 성능을 높인 개선 모델을 내놓을 예정이며, 르노삼성은 7월쯤 뒷좌석 공간이 동급 최대인 신형 SM7을 출시한다.
GM대우는 다음 달부터 판촉행사를 통해 알페온의 가격을 깎아줄 예정이다.
신형 그랜저는 일제 중형세단인 도요타 캠리, 혼다 어코드와 비교해도 상품성에서 크게 앞선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3000만원대 일제차 구입을 고려하는 고객 상당수가 그랜저 쪽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한다.
이에 따라 그랜저가 렉서스 ES350(5550만원), 아우디 A6(6030만~7140만원) 등 전륜구동 방식의 수입 고급세단 판매까지 끌어내릴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하다. 그랜저는 ES350보다 연비·편의·안전장비가 뛰어나지만 값은 1500만~2000만원이나 저렴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