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서울 광화문 파이낸스센터 사무실에서 만난 송기석 뱅크오브아메리카 메릴린치증권 전무(한국 리서치헤드)는 책 얘기부터 꺼냈다. 지난 연말 휴가 동안 읽은 '애프터 쇼크(after shock)'라는 책이다. 로버트 위더머 등이 쓴 이 책은 달러 가치가 붕괴하고 미국 경제가 다시 한 번 곤두박질칠 것이라는 내용이 담겨 있다. 그는 "책을 읽으며 금융위기 이후 세계 경제가 회복돼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독일 국채가 상환되지 않는 최악의 상황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주식투자도 남들과 다른 정반대 생각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송 전무는 한국은행(1992~1998년) 출신으로 2000년 8월 메릴린치증권에 입사했다. 금융업에 종사한 지 20여년째다. 그는 "외국인 투자자들은 한국을 위험하고 노사갈등이 심한 나라라고 생각하는 선입견이 있다"며 "한국이 질적 성장을 통해 위험을 줄여나가고 있고, 노사갈등도 일부 사업장에서만 국한된 문제라는 사실을 좀처럼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했다. 그가 금융계에 몸담은 20여년 동안 외국인들의 선입견이 쉽게 사라지지 않는 것처럼 일반 사람들도 주식 투자에서 반대편의 생각을 쉽게 들으려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송기석 뱅크오브아메리카 메릴린치증권 전무는 "올해 우리나라 주식시장은 기업실적과 유동성의 힘으로 상승세를 보일 것"이라며 "다만 외부 악재들도 많아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가 얼핏 증시 비관론자처럼 들릴지 모르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았다. 송 전무는 "금리가 오르는 추세에서 채권과 부동산은 매력이 없지만, 기업 수익의 몇 배를 돌려주는 주식은 전망이 좋다"고 말했다. 올해 최고의 투자처는 주식시장이라는 이야기다. 다만 남들이 말하는 낙관론에 무작정 매몰돼서는 안 되고, 낙관론이 팽배할수록 최악의 상황을 고려해 항상 우산을 준비해야 한다는 조심스러운 낙관론자에 가까웠다. 송 전무는 "주식 투자는 자기 생각대로만 되는 게 아니라 아무리 소수 주장이라도 반대쪽의 생각을 고려해야 위험을 줄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송 전무가 올해 우리나라 증시를 밝게 보는 가장 큰 이유는 기업실적이다. 그는 "MSCI(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 한국 지수에 편입된 우리나라 기업이익은 지난 2004~ 2009년에 40조~50조원에 머물렀지만, 올해는 2배가 넘는 100조원을 기록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실적이 계속해서 성장한다면 외국인 투자자 매수세도 한 분기, 1년에 그치는 게 아니라 그 이상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그는 "선진국들이 돈을 풀었고, 이 과정에서 우리나라를 포함해 성장성이 뛰어난 이머징 시장에 대한 투자 수요가 커졌다"며 "한국은 외환위기를 겪으며 질적 성장을 이뤘고, 외국인들에게 믿을 만한 자산이라는 인식을 심어줬다"고 설명했다. 외국인이 단지 돈이 많다는 이유만으로 우리나라 증시에 투자한 게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송 전무는 우리나라 증시가 장기적으로 상승세를 이어가기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도 있다고 했다. 그는 "앞으로 선진국 경기가 회복된다면 외국인들이 나라 밖에서 투자수단을 찾을 필요가 없을 수도 있다"며 "기관투자가나 연기금과 같이 국내 자금이 함께 시장을 받쳐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의 긴축, 미국의 시장금리 상승, 유럽 재정위기 등 각종 대외 악재들이 잘 풀리겠지만, 최악의 상황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만약 중국 인플레이션(물가상승) 문제가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돼 중국 정부가 강력한 긴축 안을 내놓거나 1월과 3월에 집중된 유럽 국가들의 국채 '롤오버(상환 만기 연장)'가 부진할 경우를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우리나라 내부적으로도 지난해 미흡했던 기업 구조조정과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이 주가 상승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덧붙였다.

송 전무는 개인투자자들에게 올해 주식투자 요령으로 '7:3 법칙'을 소개했다. 자산의 70%를 주식시장에 투자하고, 나머지 30%는 현금자산으로 보유하라는 의미다. 그는 "현금 30%는 자기 뜻대로 증시가 움직이지 않았을 때 위험을 줄일 수 있는 최후의 보루"라며 "반대로 주가가 하락했을 때 저가 매수할 수 있는 기회비용"이라고 말했다. 낙관론에 매몰돼 자산 모두를 투자했을 때 예상치 못했던 악재가 불거졌을 경우를 대처하기 위한 마지막 수단을 남겨둬야 한다는 의미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메릴린치증권은 작년 자동차, 조선, 화학 3개 업종이 올랐다면 올해는 스마트폰 관련주, 자동차, 기계, 원자재 업종 등이 함께 균형 있게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이 증권사는 KB금융,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현대중공업, 포스코를 유망종목으로 꼽았다.